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숱한 고생이 있었다. 좌절도 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다. 작게는 하나의 product를 수많은 사람과의 피드백을 통하여 혼자서 개발하는 경험이 되었고, 크게는 학술회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식의 순서를 밟는지,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긴 탓에 본업인 연구에 아쉬움이 많다. 함께 co-work 하시는 분들께는 언제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김성윤 박사님 갑진 형 죄송합니다. 동명아 미안해. Benjamin, I'm always sorry.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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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실제 학술회의가 시작되면 반대로 나는 가장 할 일이 없어진다. 등록작업도 다 하드 프린트되었겠다, 초록집도 다 완성되어서 넘겼겠다, 남은 것은 포스터 정리 정도이다.
16일 아침에 마지막으로 초록집 번호를 교정한 PDF를 발송한 것을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일이 끝났었다. 같은 날 같이 밤을 새며 텍스트큐브 1.5 정식 버전의 마무리도 지었기에 당시엔 알 수 없었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4월 정도부터 말을 더듬거리는 경우가 조금씩 생겼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정도가 갈수록 심해졌다. 말더듬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말하는 속도에 맞게 머리가 못 따라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리고 있었다. 7월부터는 불편한 경우들이 많아져서 더 심해지면 정신과에 가 보아야 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16일 아침부터 싹 사라졌다. 말하려고 하는 것을 예전처럼 아무런 문제 없이 자연스레 말할 수 있었다. 그게 너무도 신기해서, 왜 나아졌는지 이유를 고민하는 것 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이제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고 이유를 알 듯하다. 그 모든 것이, 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이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것에 억눌려 있기 떄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머릿 속에서 다시 무엇인가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참을 수 없었던 갑갑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2007년 8월 16일은 반 년을 얽어 매던 것들로부터의 광복절이었고, 하루 늦기는 했지만 인생에 있어서는 절대 잊지 않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망가져가던 자신을 회복한 날이었다.
여섯시간 후면 가득찰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