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때문에 모질라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모질라 프로젝트의 역사를 설명하자면 길다. 대충 짧게 이야기해보자. 혹시 왜 IE말고 딴걸 써요 불편하게? 하는 분께도 바로 아래를 눌러 읽기를 추천한다.
짧다면 짧은 역사 보기..
Mosaic 이후 넷스케이프사가 처음 등장한 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는 1993년 이후에 웹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독점하였다. 당시 www = netscape는 거의 공식이었다. 그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Windows 95의 R2버전 (usb지원이 추가된 windows 95이다) 부터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팔기를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격렬하다면 격렬하고 더럽다면 더러운 전쟁이 시작된다. 넷스케이프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총력을 기울여 자신들의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도 상대에 대한 꾸준한 견제를 시도하는데, 그것이 엄청난 양의 비표준 명령어 양산이었다. '이 코드는 넷스케이프에서만 실행됩니다' '이 코드는 익스플로러에서만 실행됩니다' 당시엔 심심치않게 보이던 메시지.
그러다, 넷스케이프사가 졌다. 넷스케이프 4.6 이후에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5.0 발표를 미루다가 빌드업하지 못한것이다. 빌게이츠 가라사대 'IT업계에서 6개월은 영겁' 이었다. 넷스케이프는 그 한끝차이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끼워팔기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단거리마라톤 도중 넷스케이프가 물 마시려고 멈춘것이다. 그런데 단거리마라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양쪽모두 전력질주중이었다.
넷스케이프는 그래서 망해버렸다.
그리고 '누가 좀 이어 만들든지' 하며 넷스케이프의 소스를 공개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비영리단체(당시에는 그런 성격이 약했지만)인 모질라 재단이 생기고 떠맡게 되었다.
그런데 소스를 들여다보니 전력질주를 한 나머지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인지 완전 개판이었던거다. (이는 익스플로러도 마찬가지이다. 익스플로러의 내부 계층구조는 두서없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모질라재단은 그냥 그 소스를 서랍속에 고이 접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바닥부터 새로 쌓아올렸다. 그 작업을 모질라재단에선 milestone이라고 불렀다. 2년이 걸렸고, 그동안 익스플로러는 금메달을 먹었다.
그리고 최대한 W3C의 표준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도마뱀 엔진(gecko engine)이 나왔다. 도마뱀이 쑥쑥커서 공룡 모질라가 되었다. 모질라 브라우저를 포함한 모질라 슈이트가 나오고, 넷스케이프에서는 옳다꾸나 오래도 기다렸다! 하고서는 그걸 수정해서 넷스케이프 6을 내놓는다. 그리고 망했다.
도마뱀 엔진은 덜 자랐었고, 공룡 모질라는 덩치가 너무 커서 굼떴다. 시장은 넷스케이프에게 속삭였다. 구태여 지금 와서 그걸 깔아야 하나? 게임은 끝난듯이 보였다.
그러자 익스플로러가 나무 아래 누워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예 웹을 운영체제에 집어넣자!는 취지에서 익스플로러 개발팀을 해체해버리고 차기 운영체제 팀에 몽땅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후로 버전업은 없었다. 만들던 사람들이 없거든. 당시에 사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다고들 한다. 버전업을 중단하면 경쟁과 브라우저 신기능 개발은 어떻게 하느냐?! '괜찮다. 이제 대적할 자는 없다.'
목표는 간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통하지 않으면 웹을 이용할 수 없는 세상." 1995년에 야심차게 추진하던 MSN(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이 인터넷에게 처참하게 깨지고 결국 인터넷의 일부로 편입된 그 한.(애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이 아닌 MSN이라는 독자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제는 거꾸로 인터넷을 먹어서 MSN으로 만들겠다는 한풀이가 시작된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그동안 도마뱀은 자라고 있었다.
공룡 모질라는 분가해서 동물의 왕국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나왔다. 처음엔 모질라 슈이트에서 브라우저만 떼자! 고 시작한것이 목표가 바뀌고 바뀌어서 이제는 모질라 새들의 왕국 -거기엔 이메일을 물어오는 새도 살고, 스케쥴을 찍어주는 새도 산다. 원래 파이어폭스(불여우)도 새였다. 피닉스라는 이름은 소송에 걸리고 파이어버드는 양보했댄다. 덕분에 엉겹결에 여우가 되어버렸지만-의 회장님이 되셨다. 가볍고, 빠르고,
무엇보다 표준을 지키고 있었다. 넷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와는 다르게 말이다. 더이상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사지 않으면 인터넷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거나(Longhorn의 목표이다) 어느새 시대를 넘어서버린 표준이 정작 웹브라우저에는 반영이 안되어서 개발자들을 예전의 철창안에 묶어둔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그리고
불여우의 유전자를 이식받고
드디어 다시 한번 검은 달에 N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뛰는 사람은 죽어나지만 보는 사람들은 즐거운 브라우저들의 전력질주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시작하면 뜨는 splash. 얼마만이냐 네이버도 아닌 넷스케이프의 N (...)
현재 넷스케이프는 프리뷰 버전이 제공되고 있다 (클로즈 프리뷰이기 때문에 일종의 유출이다). 기본 바탕은 파이어폭스 0.9.3을 기준으로 제작중이다. 실행하면 위의 그림이 화면에 한 번 나오며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해주고 곧이어 익숙한 컬러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실행화면. 저 톤은 녹색인가 파랑색인가로 예전에 말이 많았다. 사실은 청록.-_-
뭐가 크게 달라졌을까?
익스플로러에겐 이미 달리기에서 져봤다. 그렇다고 파이어폭스의 유전자로 파이어폭스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무기인가?
알고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무식한 방법이다. 렌더링 엔진 두개 지원. 하나는 도마뱀엔진, 하나는 익스플로러 엔진.
예시 보기..
맨날 말도많고 탈도많은 N모 포탈이다.
탭 옆을 누르면 다음과 같은 메뉴가 뜬다. 맨 위를 주목하라. 'Display like Explorer'
IE엔진으로 보는 N모 포탈이다. N모 블로그도 당연히 문제없이 봐진다.
설정은 저장되어 다음에 같은 페이지를 방문하면 예전에 지정한 엔진으로 페이지를 보여준다. IE엔진의 경우 ActiveX를 지원하니 인터넷 뱅킹도 잘된다. 관련된 설정은 Tools의 Option에서 바꿀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북마크및 설정은 파이어폭스와 똑같이 생겼지만 왼쪽 탭에 렌더링 엔진 부분과 탭브라우징 확장기능이 설치된 상태이다.)
설정 화면. 당연히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유전자가 어디 가나.
또한 파이어폭스의 확장기능을 쓸 수 있다. 테마설정과 확장기능을 선택하면 파이어폭스의 테마 페이지와 확장기능 페이지로 이동한다. 그러나 판번호가 다르기 때문에 (Firefox가 아니므로) 현재는 설치할 수 있는 테마나 확장기능이 거의 없다. (어차피 소스가 같은 브라우저이므로 금방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웹페이지마다 독립적으로 다양한 보안관련 설정을 쉽게 제공한다. 탭에서 바로 현재 보고 있는 페이지의 보안정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저장되어 나중에 옵션에서 언제든지 렌더링 엔진 옵션과 함께 수정할 수 있다. 도마뱀 엔진을 쓰는 경우에는 팝업과 쿠키에 관련된 다양한 옵션들을, 익스플로러 엔진을 쓰는 경우에는 그에 더해 ActiveX 허용여부등 다양한 보안 옵션을 페이지마다 쉽게 설정할 수가 있다.
좋은 점이 무엇일까?
간만에 등장한 넷스케이프의 좋은점을 꼽으라면 무엇일까? IE 엔진의 지원은 웹표준 근본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이런 천하에 통탄할 브라우저가 있나!' 하고서는 땅을 칠 일이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당장 계좌 이체해야 하고 카트라이더 해야 하는데 그럼 그 때마다 익스플로러를 부른다?
넷스케이프는 그럴 때 해답이 된다. 기본엔진은 gecko엔진이지만 필요에 따라서 웹페이지의 렌더링 엔진을 지정해 놓을 수 있다는것, 그것도 아주 쉽게 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히 대한민국에서는 장점이다. (심지어 윈도우 업데이트 사이트도 넷스케이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ActiveX의 설치에 의한 보안 취약점과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보안취약점도 동시에 안고가야 한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그렇지만 그를 의식해서인듯 넷스케이프는 탭에서 바로 다루기 쉬운 방법으로 사이트마다 보안 설정까지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몇배는 나은 것이다.
파이어폭스의 강점인 표준을 준수하고 빠른 엔진인 gecko엔진과 탭브라우징및 강한 보안, 동시에 현재는 어쩔 수 없지만 사용해야 하는 익스플로러의 호환성까지, 넷스케이프는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가장 확실하게 어필하고 있다.
파이어폭스의 다양한 확장기능을 사용하고 싶지만 파이어폭스로 볼 수 없는 페이지가 많아 브라우저를 바꿀 수 없는 사람들이나, 어째서 익스플로러가 아닌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이 편한지 알고 싶은 사람들,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만 보안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아직 프리뷰버전이지만 유전자가 워낙 좋은 탓에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니, 마음 급한 분들은 먼저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