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역학 보강 수업이 있었다. 고전 모형에 대한 cluster expansion이 끝났다. 아직 정확하게 이해는 못하겠다. 개념은 알겠으나 전개가 무리이다.
안지수씨가 공익 휴가 맞아 포항에 왔다. 간만에 단체로 점심을 먹었다.
태권도 도장에서는 두 분께서 3단 승급심사를 패스해서 운동 후에 맥주를 마시러 다녀왔다. 5년동안 다녔던 효자시장인데, 매일 걷던 그 골목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해본 맥주집이 있었다. 그 분들이 시장에서 좋다고 말씀하시는 가게들은 전부 이름도 못 들어본 가게들이었다. 동네사람과 외지 사람의 차이일까. 왜인지 내가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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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ster expansion 수업을 들으며, 그 전개과정에서 수업 이외의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한계를 확장하기 위하여 도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도구가 인간의 새로운 한계를 결정짓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리학의 도구들은 전혀 진리가 아니다. 진리를 모사하기 위한 모형이다. 이 이야기는 길어지니 생략.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써 보아야겠다. 이것저것 미루는 것들이 늘어난다. 결론만 말하자면 cluster expansion이 지금처럼 물리학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 도구를 뛰어넘기 위한 생각이 필요했다는 것 정도이다.
간만에 포항에 온 녀석의 이야기는 여전했다. 졸지에 백수가 된 민수준엽들은 서울에서 구르고 있었으며, 지수는 한영외고에서의 생활을 즐기는지 어쩐지 잘 보내고 있었다. 사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환경들이 변하였다. 종헌, 민수, 준엽 이 세 녀석이 제일 확실하게 그걸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다들 잘 되어야 할텐데 약간 걱정이다. 이번 주말에 서울에 가서 쪄니와 함께 대학원턱을 내야 하는데, 다음주가 발표라 역시 연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지역적 차이는 의외의 곳에서 많이 묻어나온다. '잰다'는 표현의 강한 발음인 '짼다' 는 여기서는 주로 "못하겠다. 배를 째라"의 표현으로 쓰이지만 서울에선 "옷 좋다고 째는거냐?" 의 경우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 것들이야 말의 차이지만 의외의 곳에서 생각의 차이들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태권도 하시는 어머니들(또는 누님들)과 맥주를 마시며 세대의 차이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살지 못한 세대를 그 분들은 살아왔고, 그래서 내가 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그 사이의 시간간격을 뛰어넘어 모두 함께 맥주를 들이키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살아온 시간은 다르지만, 살아가고 있는 시간대는 동일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