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났다.
달랑 두 개 뿐이라 친 것 같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험 후의 즐거운 정도가 똑같다! (게다가 다른 때와는 달리 시험 친 후에도 진이 안빠져 있기 때문에 놀 수도 있다. 하하.)
놀았으면 좋겠는데, 다음주까지 발표 준비해야 하니 사알짝 무리. 다음주엔 면접도 있으니 이제는 잊혀져간 과거의 과목들을 잠시 끄집어 내야 하기도 한다. 졸업 논문 중간정리 하던것도 마저 해서 교수님께 보내야 한다.
졸업논문 쓰면서 수학을 조금만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생각하는 개념을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수학인데, 분명히 이산수학과 확률및 통계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안 돌아간다. 새벽 잠들기 전에 그러면 미칠것 같은 기분이 된다. 수학수학수학. 수학을 잘 했으면 좋겠다.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근현대사를 정리하다가 문득 인류가 발전한다는 사실이 신기해졌다. 이왕이면 부드럽게 인류가 나아지면 좋을텐데, 불행히도 그 그래프가 전체적인 경향은 발전하는 경향인데 노이즈가 너무 심하다. 갈수록 그 편차 -순간적으로는 엄청나게 나빠지고 좋아지는- 가 심해진다.
그런데 그 노이즈간의 간격은 대강 비슷한 듯 하다. 규칙적으로 왔다갔다 한다. 통사적으로 보면 역사 안에서 일종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논문 생각하다 내가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이럴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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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시험을 치고 나오는 길에 여러가지를 생각하였다.
공시적이든 통시적이든, 이 시점에서 우리 나라의 신세가 금방 시험치며 쓰고 나온 백여년 전의 역사와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았다.
분단에 대한 의견을 쓰고, 분단이 필연적이었는지, 막을 수 있었는지 서술하라는 문제의 답안 마지막에 쓰고 나온 글이 생각났다.
'이러한 여러 관점에서 보았을 때 광복후 한국은 분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국제 정세,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은 분단되지 않은 한국을 원하지 않았다. 우리 중의 일부조차, 자신들을 위하여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 사용한 도구로서의 이데올로기는 냉전이 끝난 반백년이 지나서도 역시 그것을 처음 이용할 생각을 시작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들에 의해서 이렇게 강하게 우리 사회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의 좁아진 세계관과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중국 러시아를 넘나들던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서, 문득 도보로 그 땅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그들이 부러워졌다. 반도에 살고 있으되 섬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을 닮았으되 지금은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관심은 안을 향하고, 눈은 지구 반대편의 나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되어버린 현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