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물리를 선택한 이유는
누군가가 "왜 사니" 하고 물어보았을 때
대답할 어떤 것이 필요해서였다.
"태어났으니까" 같은 동물의 대답이나
"사랑하잖아요" 같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대답이나
나중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요" 같은 아메바도 할 수 있을 대답을 늘어놓기가 싫어서였다.
아주 가끔, "넌 왜 살고 있니" 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사실,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 머릿속은 지식이 쌓여갈수록 그 불확정성은 늘어간다. 마음은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며 상처받는다. 먹는다. 산다. 그리고 죽는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특권이라면,
난 우선 나부터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부여하고 싶다.
그것뿐이었다. 내가 사는 이유와, 내가 딛는 세상의 구조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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