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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은진과 둘이서 연구실 계산 클러스터를 조립했었다. 사실 혼자서 이름도 '줄리엣' 이라고 이쁘게 붙였었지만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드리지는 못했다. "왜?" 라고 물으면, "기존의 클러스터 서버를 로미오라고 이름 붙였거든요" 해야할거고, "왜 기존의 서버 이름은 로미오에요?" 하고 물으면 대답하기 궁해서였다.
사진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실은 서버 조립보다 은진과 둘이서 삽질하는 것이 즐거웠더랬다. :)
오늘도 줄리엣은 나 대신 열심히 뻘뻘 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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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서버에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짜고 있으려면 속에서 화가 불쑥뿔쑥 날 때가 많다. 오늘도 그런 날 중의 하루였다. delete키와 backspace키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둘 다 ctrl+H를 눌러 사용한다거나 해야 했다. vi를 열어놓고 적분 알고리즘 짜고 있는데,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했다. IMSL 라이브러리만 연구실 계산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었어도 거들떠도 안 볼텐데. 아니면 포트란 때려치고 NRC로 작성해서 제출해도 된다고 해도 안 쳐다 볼텐데 그럴 수가 없는 점 때문이었을까. 키 맵핑은 stty 사용해서 대충 했다고 치고, IMSL은 c++와 왜 이렇게 사이가 안좋을까. 바인딩 몇 번이고 시도하다 포기하고 그냥 c로 다시짰다.
속상하든 그렇지않든 함수 역변환을 통한 확률분포 데이터를 만드는 코딩은 끝났고, 부글거리는 속은 버섯찌개와 커피로 덮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울컥해서 자러 기숙사로 내려간 은진이는 아직도 안 깼다. 이 시간이면 많은 동기들이 울컥하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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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chester님과 이야기하다 'eolin' 처리용량과 하드웨어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그 때 괜찮을까요? 괜찮을겁니다 정도의 이야기가 오갔었는데, 열흘만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ㅠ_ㅠ (이올린서버 뻗었다. 분산시스템이나 백업시스템이 아직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 )
점심 먹고 태터툴즈 개발트리 플러그인 구조 들여다보았다. 코딩 시작하면 끝이 없겠다 싶어 일단은 분석 하고 정리만 해놓았다. 커밋은 천천히. :) 마음만 앞서면 나중에 발로 짠 코드에 무좀약 바르기가 더 힘들다.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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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아무리 커도 시작은 언제나 한 걸음에서 시작한다. 그 한 걸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면 영원히 목표로 다가갈 수 없음을 기억하자. 언젠가부터 입에 붙었고, 주윗사람들 귀에 대고 망치질해주고 있는 말.
"침착하게, 천천히 하면 다 할 수 있어."
울컥하지 말자. 마음만 앞서지도 말자.
천천히 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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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변환 과정의 이해든 코딩이든 태터툴즈 플러그인 구조 개편이든.
마음속의 서버를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가 문제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