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습니다. 창 밖에 항상 서 있던 나무가 쓰러지려고 할 정도로 불었습니다. 창을 때리는 비가 시원했습니다. 단지, 마음만이 답답할 뿐.
개학한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여름의 끝은 마치 방학동안에 떠나있던 학생들에게 여름이란 이런것이라고 알려주듯 강렬했습니다. 더위속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바삐 수강신청을 하며, 도서관 한쪽에서 책냄새를 맡으며, 매미소리가 귀뚜라미소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들으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첫 주의 끝은 강렬합니다. 세상을 떠내려 보내기라도 할듯이 태풍이 몰아칩니다. 비가 수평으로 내립니다. 어느새 주일이 된지 반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밖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비와 바람이 아닌 벌레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가을이 찾아올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고 괴로워하게 되겠지요. 많은 것을 가지고 갈 태풍이지만 함께 수업을 들으며 농담을 건네던 동기녀석까지는 데리고 가지 말았으면 합니다.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사이의 작은 틈새. 이 사이의 끝에는 상실이 가져다 줄 공허함 보다는 역경을 이겨낸 후의 벅찬 느낌이 있기를 태풍때문에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과 병원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웅렬이를 위해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