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5/06/12 00:31 | inureyes
얼마전에 뽈뽈이를 하나 사려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 이젠 방학때 학교를 비울 일도 없고, 여름되면 공학동 가는 길을 오르락 내리락하기도 힘드니 택트를 하나 사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았는데, 정작 오토바이 가게에까지 가서는 사지 않았다. 집에 전화해서 의향을 물었을 때 '안 그래도 살 찌는데 그거 타고 다니면 더 찐다' 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장단점 여러가지로 고려해보고 그 곳까지 갔는데 그 말 한마디때문에 그냥 발길을 돌려 되돌아왔다.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그저께 교내 통신망에 택트 분실 신고가 잔뜩 올라왔다. 그 날 새벽 월드컵 최종 예선전이 있었다. 모두가 축구를 보고 있었을 시간에 누군가가 기숙사 길을 따라 세워져 있던 택트들을 여러대 훔쳐간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그 무거운 것을 어떻게 훔쳐갔을까 하는 궁금함이 앞섰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 때 택트를 샀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그 때 택트를 도둑맞았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도둑 맞은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자물쇠를 꼬박꼬박 채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확실한 점은 어느 쪽이든 마음이 편하지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교과서에 실린 이 곡의 '차마설'을 떠올려본다. 소유는 짐이다. 예전에도 몇 번이고 했었던 '소유를 줄이자'는 다짐을 매 해 하면서도 반성하고 또 하기를 반복하는 신년 계획 세우듯 다시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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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00:31 2005/06/1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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