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프로를 사용한지 대충 한 달이 넘어간다. 그 의미는, 이제 좀 다양하게 비판하더라도 '제대로 써보고나 말하지' 를 받아넘길 수 있는 정도의 기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럼 이야기를 해 보자.

뭔지 궁금하시죠? 사진은 맥북에 내장된 iSight로 찍었음.


애플이 2005년 중순에 파워피씨를 버리고 인텔로 이주한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이 2년 안에 끝나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웬걸, 1년도 채 되기 전에 애플은 자사의 모든 PC 라인업을 인텔칩으로 바꾸었다.

홈 네트워킹 서버로서의 맥미니와 일반 사용자용 컴퓨터인 아이맥은 이름은 그대로 둔 채 내부만 변경되었다. 일반 사용자용 노트북 라인업이었던 ibook 은 macbook으로 대체되었고, 전문 사용자용 라인업이었던 powerbook은 macbook pro로 변경되었다. 8월초 WWDC에서 전문가용 컴퓨터인 파워맥을 대신하는 맥프로가 발표되어 이제 모든 맥은 인텔이 제공한 머리를 달게 되었다.

인텔칩을 선택한 것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게 꽤 곤란한 경우가 생겼는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용하는 것은 맥북 프로 2기가 모델이다. 15.4인치임에도 불구하고 2.6kg라는 비교적 경량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cpu는 코어 듀오이며, 전체적으로 밸런스 잘 잡힌 성능을 가지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는 찾아보면 어디든 나오니 굳이 쓸 필요는 없을듯.

애초 원래 사용하던 10.6인치의 에버라텍 1000이 원하는 만큼의 성능이 너무 안 나와서 여차저차 갈아타게 되었다. 모니터 두 개 붙여놓고 터미널 20개와 파이어폭스 세 개는 소화할 수 있어야 지연없이 뭐든 해보지.  성능상으로는 아주 만족스럽다. 사용후 지금까지 성능때문에 불만이 나온 적이 없었다. 게다가 OS와 본체에서 저절로 느껴지는 철학까지. 여러 이유로 애플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결과물을 보면 고집스런 철학을 (철학만) 어느정도 인정해 줄 수 밖에 없다.


새로 생긴 이상한 용도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을 것 같은 '왕 구이구이'가 왜 포항을 떠나 윗 사진의 무대가 된 본가의 내 방까지 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부터 해 보겠다. 더운 여름날 밤 맥주에 쥐포를 곁들여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쥐포는 막 구운 것이 맛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쥐포를 구워 먹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포장된 조미 쥐포를 사서 먹는다.

그런데 맥북 프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필요를 채워주었다. 엄청난 발열 때문이다.

앗 뜨거워 앗 뜨거워 ~ 맥북의 사랑 ~ -_-;


듀얼 코어 기반이라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뜨거운 것은 뜨거운 것이다. 좋게 보면 내부의 열 발산을 최대한 밖으로 빼내기 위하여 알루미늄으로 본체를 제작했지만 동시에 열전도율이 너무 올라가서 부분적으로 '아주' 뜨겁게 된다. 전원 코드가 들어오는 부분 바로 옆으로 CPU들과 GPU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바로 위로는 백라이트가 지나간다. 손에 닿는 부분은 최대한 뜨겁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윗쪽은 거의 손 대기를 포기해야할 정도. (사진의 키보드에 달린 USB 선풍기는 맥북프로 쿨링용이다.)

CoreDuoTemp라는 듀얼코어 CPU의 온도를 재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92도였다. 평균 65도를 오르락내리락, 살짝 로드 걸어주면 70도를 넘는 CPU 를 보면서 불량이 아닌가 싶었었다. 아직까지 열로 인한 다운은 없었고, USB 선풍기와 노트북 쿨러를 동시에 틀어놓으면 60도 내외에서 고정되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냥 쓰고 있다.

얘로도 계란 후라이를 부칠 수 있었지만 맥북에겐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 보니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따끈한 쥐포와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실행에 옮겨보았다. USB 선풍기를 끈 후 왼쪽 상판에 쥐포를 올려놓고, 컴퓨터를 혹사시키고 있다가 10분쯤 지났을까? 쥐포를 만져보니 뜨끈뜨끈 하였다. 뜯어서 먹어보니 정말 한 번 불에 구운 쥐포 맛이 났다.

냉장고에 맥주 한 두 캔과 '왕 구이구이'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생각이 잘 안 될 때나 피곤할 때 맥주 캔을 하나씩 꺼내고 맥북프로로 쥐포를 데워 창 밖 나무를 벗삼아 마시는 아늑한 여름밤을 보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맥북프로 사용기. (이것도 분명 사용기다)

덧) 그래도 명색이 Laptop인데 아무때나 닫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뜨거워서 액정 상할까봐 중간에 꼭 부직포를 끼우고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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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3 14:16 2006/08/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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