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가 끝나갈때쯤, '아이디'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온라인' 이라는 말을 아주 싫어합니다. 온라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프라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니까, 그 두가지를 구분지어야 한다는게 너무 이상하거든요. 음... 몇몇 기호학자들은 온라인이 자신의 생명을 얻어가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의 도피로 쓰인다고 지적했었지요.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일학년때에 학교 사설 통신망에서 비판조의 글을 썼다가 문제된 적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모두들 말이 많은데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느냐고 했었지요. 게시판내에서 꽤 여러 가지 소리를 들었습니다. 글쓴 분들도 힘들게 썼을텐데, 미안하기도 해서 죄송하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또 죄송하면 끝이되는가 하는 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사실, 무얼 그렇게 잘못했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약간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보다는 덜했지만 지금보다는 다혈질이었지요. 그래서 다음날 직접 선배들 교실로 찾아갔었습니다.
그 런데 정말 이상한 것이,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한마디도 못하더군요. 당황스러워들 하시길래 몇마디 한 뒤 교실로 돌아왔지요.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속에서는 화가 더 났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책임지지 못할 글을(그것도 책임지고 싶어하는 약간의 의지조차 보이지 못하고) 가볍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속상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참 소중합니다. 온라인은 동떨어진 곳에 있는 세계가 아니지요. 단지 실제 생활의 구부러진 하나의 단면에 불과합니다. 그 굴곡때문에 멀리 있는 사람들끼리, 위치가 다른 사람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실제생활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차이를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지요. 온라인은 하나의 수단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반대쪽 라인의 끝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의사소통. 간결하게 말한다면 이것이 온라인의 일입니다. 온라인을 생각할 때 인간을, 그냥 계단을 오르다, 길을 걷다 옆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아... 꼭 전에 rulesofboard에 이 보드의 룰에 대해 적은 것과 비슷하게 되어버렸네요. 사실 같은 내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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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ant는 상수입니다. 수학시간도 아니고 물리시간도, 화학시간도 아니지만 보드이름이 상수이고, 홈페이지 이름도 상수입니다.
모 데라토 동아리방에 냉장고를 놓았습니다. 냉장고는 음식을 저장합니다. 옆의 별사랑 동방에는 전자레인지도 있지요. 이 두가지는 전혀 상반된 것 같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함께입니다. preserve-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는 보존을 할 수 있지만, 더이상의 것은 할 수 없지요. 학문에서도 지금까지 보존된 학문이 있어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보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그런 학문이 있다면, 곧 회색으로 변해 굳어버릴 것입니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의 물분자에 에너지를 주어 진동하게 합니다. active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활동적이지만, 실제로 보존된 무엇이 없이는 그 무엇을 활동적으로 만들 수는 없지요. 학문이나 문화의 경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가끔 가능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무언가 바탕이 되는 경험이나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지요.
널리 알려진 constant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플랑크 상수라던지 원주율이라던지, 만유인력 상수라던지 생각해보면 끝이 없이 많지요. 상수는 진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만유인력 상수도 실제로 존재하고 원주율도 정확한 값이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는 '보존'의 의미에 가깝기도 하네요.
하지만 상수는 진리일 수 없습니다. 상수를 유도해 내는 것은 지식이고, 이론이고, 경험이지요.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시간' 이 되겠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알 수 있는 상수의 값은 점점 진리에 가까워 지겠지요. 하지만 정말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한없이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열정이라면 열정을 지탱하는 욕망은 열정에 에너지를 주겠지요. 그래서 constant들은 항상 불안정한 값들입니다. 보존과 활동의 중간에서 끊임없이 자리를 유지해 나간다고 하면 좋은 표현이 될까요?
정규라는 한 개인의 경우에도 같은 표현이 되겠지요.
'생존이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from "The power of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