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 보면 8~9년전에 보고 외우던 국사의 내용이 긴 시간을 흘렀음에도 대부분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게다가 연도들도 대충 생각나는 것이, 고등학교 생활 참 험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8년 전에도 생각했었지만 역사는 정말로 계속 반복된다는 점에 다시 한 번 슬프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에는 굉장히 슬펐었다. 그래도 이제는 슬픈 마음 반에, 'history 도 self-similarity가 있구나' 하고 있으니, 예전만큼 며칠씩 우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역사에 굉장히 흥미가 많았다. 대학 들어와서도 도서관에서 세계사나 근현대사를 따로 공부하고는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질렸었는지, 돌아보면 대학 이후에 공부한 역사는 대부분 동서양의 문화사와 세계사였다. 한바퀴 돌아 다시 보니 우리 국사도 굉장히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어떤 부분이 과소평가되고 의미를 축소당했으며, 어떤 부분이 국수주의에 의해 가공되었고 부풀려졌는지 이제는 약간이나마 느낌이라도 받을 수 있다. 역사 그 자체는 그 안의 사람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 머리로는 쉽게 와닿아도 마음속으로 와닿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c) 조선민화박물관. 장군 예가 서왕모로부터 받은 2인분의 불사약을 그의 부인인 항아가 먹고 친정인 하늘나라로 날아가다가 잠시 달에 머물어 두꺼비가 된다. 호랑이신 서왕모는 달호랑이에서 달토끼로 와전되어 불사약을 찧는 달토끼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