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전날엔이게

잘하는짓인가싶고

정말이여자가맞나

싶은데괜찮으신가

보죠

라는 모 선배의 문자를 받고 기록을 남겨본다.

저녁되면서 PC방에 엄청나게 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자정 넘으니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중이다. 자려고 누웠다가 일어났는데 할 일이 없다. 최근에 하던 몇가지 생각들 - 세포 분열 과정의 복잡성, 싸움의 구조,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의 개인 - 을 계속 해 보고 있지만 그래도 잠이 안온다.

이 감정은 아마도 심심함이다. 수능 전날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은데, 그때는 동생이 어디에선가 빌려온 '기동전사 건담 MS 0083 OVA'를 열시간 내내 보면서 이런 기분을 잊고 다음날 시험을 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저 심심할 뿐이다. 할 일과 해야 하는 생각이 엄청나게 많은데 의식적으로 그걸 잊고 싶어하는 심심함이다.

이런 감정의 일부를 보통 '현실 도피'라고 표현한다. 굳이 일부라고 표현한 것은, 뜻모를 심심함의 저변에는 기대감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적응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괴롭지만, '다양성의 변화'로 생각하면 즐길만한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느껴지는 지금의 심심함을 즐기는 중이다. 아침에 결혼식 준비하려면 얼른 자야 하는데. 이 재미있는 기분을 조금 더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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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0 02:26 2009/01/10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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