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로

사랑하기/차차차 | 2009/08/28 10:08 | inureyes

중학교에 들어오던 해 여름, 우리 가족은 첫 차를 샀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종종 선생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량 소유 여부를 조사하고는 했다. 그것이 의미 없어질 정도로 차가 많아진 지 삼 년 정도 흘렀을 때, 우리 가족도 르망을 닮은 초록색 차를 사게 되었다.

나름 단란한 가족은 초록색 새 식구와 함께 많은 일을 겪었다. 중학 시절 서부 여행때 지리산 언저리에서 젓갈 운송 차량의 투하물을 밟은 차에서는 씻어도 씻어도 그 해 여름 내내 젓갈 냄새가 났다. 그 여행 때의 아버지의 복통은 결국 암이었다. 새 차 때깔을 벗어 낼 때 즈음에 한국은 구제 금융을 받는 나라가 되었고, 월급 장이 아버지를 둔 우리 가족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살 때에는 적당히 타고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차는 그렇게 가족과 함께 나이를 먹게 되었다. 어머니만 가지고 있던 면허증을 온 가족이 갖게 될 때 까지도 여전히 차는 그대로였다. 레토릭으로서의 '잃어버린 10년' 이 무색하게, 몇몇 부분은 정말로 잃어버린 것 처럼 세상은 흘렀다.

올 해 부모님께서 차를 새로 사셨다. 16년이 된 차는 내 소유의 차가 되었다. 여름 내내 굉장히 즐거웠다. 차에 대해서 역사, 브랜드, 구동부, 설계 철학등 많은 것들을 공부했다. 우리 부부의 경주 첫 드라이브도 했고, 연구실 엠티도 함께 다녀왔다. 계속 타기 위해서 수리와 부품 교체에 시간을 들였다.

그러다 체스터님의 배려로 차를 중고로 구입하게 되었다. 4륜 구동에 대해 가지고 있던 동경이 무리한 선택을 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여러 사연 끝에 차가 두 대가 되었다. 없는 살림에 차 두 대를 가지고 있을 형편이 되지 않아 차를 팔았다.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한 차라, 기계에게 느끼기 힘든 어떤 느낌이 있었다.

우리 가족과 함께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도로를 즐겁게 달려 나가길. 안녕. 씨에로.

기념사진

어머니께서 포항에 오셔서 찍고 간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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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10:08 2009/08/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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