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차를 바꿨다. 트위터를 통해 체스터 옥션에 올라올 예정이었던 쏘렌토 2002년식을 프리 오더 형식으로 구입했다. 쉽게 업어올 줄 알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미시 사회가 거시 사회보다 복잡했다) 결국 세사람 -은진, 정석님, 소정님- 의 배려와 이해 끝에, 통계 물리학 워크샵이 끝나던 날 하얀 차가 생기게 되었다.
차를 가솔린 전륜 구동 SOHC 방식에서 디젤 상시 사륜으로 바꾸고 나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가솔린 차와 디젤 차는 구동계의 원리부터 차이가 난다. 디젤은 발화점이 낮아서 압축 후 자연 발화를 시키는 방식으로 점화한다. 압력은 실린더 안에 고른 값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시 점화가 쉽다. 가솔린 차에서 보이는, 점화 플러그로부터의 거리 차로 인해 생기는 시차를 둔 발화로 인한 문제점이 없어서 실린더 크기를 키울 수 있다. 반면 문제라면, 고회전에서 출력을 얻기가 힘들다. 가능하면 3000RPM 안에서 출력을 해결해야 하므로 저속 구간에서 기어 변속이 잦아진다.
전륜 구동에 비해 얻는 사륜 구동의 장점은 높은 차고에서 오는 불안정성을 상쇄하고 남는다. 코너에서 차체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훨씬 쉽다. 회전 축을 중심으로 전후륜에 걸리는 토크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륜과 후륜구동은 무게 배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구동 방식에 따라 코너 진입 또는 탈출시에 차체의 전후측 중 한쪽이 다른 쪽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된다. 사륜 구동에서는 그러한 경우가 없다.
디젤 엔진이나 사륜 구동에 대한 기술적인 생각이나 공부는 나중에 한 것이라, 처음 차를 받았을 때는 운전감이 너무 달라서 솔직히 '이걸 끌고 집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의 적응력은 참 무서워서, 익숙해지려고 사흘간 500km 정도 몰고 나니 디젤 사륜차의 악셀러레이팅과 코너링에 익숙해져서 승용차를 모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한 달 남짓한 시간도, 앞으로도 계속 여러 곳을 함께 다니겠지만 그 전에 유가좀 어떻게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율 절상 요인이 충분함에도 국민 재산을 수출기업 이익으로 변환하기 위해서 고환율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생각으로 보이는 정부에게는 어려운 기대이긴 하지만.
달려라 흰 강아지.
덧) 얼마전 브레이크 패드 교체할 겸 정비사업소에 가서 차를 들어 보았다. 사륜 구동의 동력 전달 구조와 소음기를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정비하시는 분께서 ' 무슨 일 하는 분이시냐' 고 물어보셨다. 물리학을 공부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납득을 하신 표정으로 30분 정도를 기다려 주셨다. 아마도 또 한 분께 물리학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하나 심어드린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