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없이 걷기 좋아했다. 그냥 앉아서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과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를 좋아했다. 시야에 닿을 수 있는 그 너머를 보며 신기해했다.
여름이다.
더운 것을 덥다고 이야기했다.
아 더워. 더운 것은 싫다구.
어머니는 밖이 더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불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불이 앞을 향한 열망의 불이든 아니면 언제나 '나'이도록 강제하는 자신에 대한 반항의 불이든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주는 끝없이 많아지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불이든
내 안은 전쟁터구나
겉은 인공위성에서 본 지구처럼 한결같지만 그 위 어디선가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곳. 그리고 지구는 마치 그 전쟁들이 자신의 일이 아닌양 안에 귀기울여 포화소리를 듣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신의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관찰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미사일이 하늘을 가를때마다 지표 어딘가가 깨져나가는 것을 무시하면서 미사일을 던지는 전쟁 자체를 본다. 하지만 인간이 생명체로서의 지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처럼 지구는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나의 존재이면서도 결코 다가가지 못하는 안과 밖의 차이. 속을 태워 자꾸 빈공간을 만들어 내는 안의 전쟁에 이번 여름 날씨가 덥다고 불평하는 자신.
전쟁없는 세상에 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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