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는 독점이 일어나는 시장 구조에 대해 저승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실 시장에서 독점이 일어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그렇지만 강력한 반독점법 때문에 독점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현실 경제계에 독점의 정도와 그 범위가 너무나 커서 법조차 무시할 수 있는 예가 있다. -Microsoft.
개인용 컴퓨터의 OS시장은 Microsoft가 독점하고 있다. 수많은 대안 OS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오픈소스 진영의 linux나 Mac 머신에서만 돌아가는 MacOS, FreeBSD등등- 그러한 OS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5%를 넘지 못한다. 과학용 계산 컴퓨터부터 편의점의 계산기까지, 일반적인 컴퓨터에서 Embedded Computer의 OS까지 거의 대부분의 컴퓨터는 Windows를 OS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개발자와 사용자에게 '공통된 환경' 이라는 장점을 낳는다. 개발자는 같은 환경에서 쉽게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사용자는 특별히 다시 배울 필요 없이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단일화된 OS가 좋은 것은 아니다. 선캄브리아기 이후 생명은 몇 번의 멸종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멸종의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갑작스런 종의 멸종을 설명하기 위한 몇가지 가설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설 중 하나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는 것이다. 사소한 것들 몇가지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그러한 연쇄반응이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서 종이 순식간에 멸종한다. 어떻게 보면 쉽게 믿기는 힘들지만 네트워크 이론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이러한 멸종은 종의 개체수가 적을 수록 쉬워진다.
네트워크는 자기 수복성(self-constructing)을 가지고 있다. 부분을 파괴하더라도 나머지 부분만으로도 기능하기 쉽다. 일반적인 네트워크는 의외로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node)들이 동일하다면? 또는 각 노드들이 집중되어 있는 허브(hub)가 파괴된다면? 그전까지 보여주던 안정성은 눈이 물에 닿듯이 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OS시장처럼 수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단일화된 종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이는 마치 하나의 허브에 의하여 전체 네트워크가 영향을 받는 경우와 흡사하다. Microsoft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있는 기업인 동시에, 그에 걸맞는 엄청난 양의 항의를 받는 기업이다. Windows의 코드는 수많은 크래커들의 표적이 되어있고, 그러한 노력은 Windows OS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친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자사 제품의 라인업을 늦춰 가면서 까지 Windows OS의 보안에 주력하겠다는 의견을 2002년에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그 성과는 이제 이름조차 모두 기억하기 힘든 수많은 웜들과 그들의 변종들의 숲 사이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Windows의 최신 운영체제인 XP의 두번째 전체 수정판이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그 공개판이 앞으로의 OS 불안정성을 없애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독점은 이러한 취약점과 함께 개발자의 의욕을 감소시킨다. 동일화된 그룹은 그 그룹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자신을 모두 돌아보지 못한다. 모든 가능성을 subset으로 가지는 그룹은 더 이상의 발전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러한 그룹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하나의 그룹만이 존재한다면 발전의 정도는 제한된다. 물론 Microsoft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쏟아낸다. - 개선된 성능에 비해 더 많은 시스템 리소스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Firefox, ITunes, HWP2004.
지난 반 년동안 Microsoft의 Office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Microsoft Word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다가 새로 발매된 한글 2004로 옮겨간 것이다. 한글 2004는 이전의 판들에 비하여 훨씬 안정적이다. 호환성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강력한 수식 편집기와 일관적으로 바뀐 인터페이스는 워드프로세서를 바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한글 2004에는 몇가지 마음에 드는 기능들이 붙어있다. - 그 중의 하나는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한소프트에 내가 직접 건의했던 것이다 - Word의 강력함은 책을 편집한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지만 항상 그러한 기능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글 2004는 Word에 비해 싸다. 한글 2004는 좋은 선택이었고, 지금도 편리하게 사용중이다.
워드프로세서 뿐만이 아니다. 메인 웹브라우저는 무겁고 느린 Internet Explorer대신 가벼운 Mozilla Firefox를 쓰고 있다. Microsoft Media player대신 Apple사의 Itunes와 GOM player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오래된 것이 아니다. 단지 지난 1년동안 일어났다. 프로그램을 바꾼 이유는 한가지이다. 바꾼 후의 프로그램이 더 낫기 때문이다.
독점은 취약성과 함께 진화 속도의 하락을 가져온다. 실제로 일어나는 독점 현상의 대표적인 예인 Microsoft는 그러한 점에 관한 네트워크 이론의 좋은 예이다. 과연 Microsoft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단지 네트워크 이론의 적용 실례로만 보기에는 어느 쪽이든 - 그것이 독점을 굳히는 결과가 될지 그룹의 쇠퇴가 될지 - 결과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지만, 흥미있는 주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