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6/05/30 14:09 | inureyes
사흘간 자연을 실컷 보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생각 정리하느라 이틀을 보냈는데, 이틀동안 세 가지 생각 중 한가지를 정리하는 것에 그쳤다. 나머지 두 생각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방 백미터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산 속에서 열 발자국을 채우지 못하고 계속 나타나 열심히 먹이를 갉느라 정신이 없는 다람쥐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사백년 전에 사람이 다녔던 길이 거의 변화없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굉장했다. 예전 로마에서 천 년 전에 깔렸다는 차도를 보면서 느낀 감상과 비슷할까. 약간의 차이라면, 예전 돌바닥 차도가 인공미의 유구함으로 경탄을 자아냈었다면 이번 산은 자연미의 영속이 표현하기 힘든 안도감을 가져다 주었다는 정도일까.


하나 마음 깊이 느낀 점이 있다. '우리는 미아가 아니다.'

시간을 무시하고 계속 변화하며 존재해온 자연이 있으며, 그 안에서 시간을 타고 계속 살아온 인간이 있다. 혼이 없는 것 같아보이는 기계들도, 현실과 유리되어 보이는 네트워크들도,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오며, 서로를 향해 분투하며 만들어낸 자식들이다.

발 밑에 땅이 있고 눈 위에 하늘이 있는것 처럼 당연한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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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14:09 2006/05/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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