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 지주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6/01/17 15:34 | inureyes
시간은 흐르고 흘러 겨울의 한가운데 즈음에 와있다. 여름이 되면 겨울이 그립고, 겨울이 되면 여름이 보고프다. 맞습니다 맞고요.



승수는 사진찍는 것을 즐긴다. DSLR을 사서 이리저리 예쁜 사진을 찍는다. 그렇지만 나에겐 200만개의 점을 채우는 것도 벅차다.

*

살다보면 인생에 어떠한 mentor를 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mentor를 두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인생에 기준을 두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고등학교 이후로 인생의 mentor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 있다. 당장 생각나는 몇만 꼽자면 안드레이 사하로프, 피에르 부르디외와 노암 촘스키. 사하로프를 제외하면 그다지 물리학과는 상관이 없다.

사하로프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신념이 지적 유희를 이겼기 때문에 mentor가 되었다. 부르디외는 현대 지성의 불모지로 여겨지는 프랑스에서 꿋꿋하게 주장을 펼쳤기 때문에 존경하게 되었다. 촘스키는 인간에게는 보호받아야 할 것이 있다는 신념과 사실은 주저하지 않고 말해야 한다는 태도때문에 mentor로 삼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mentor들도 모두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사하로프는 스탈린의 죽음을 비판없이 애도했다. 부르디외는 끝까지 구조에 의하여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고를 버리지 못하였다. 촘스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엄청난 필화를 겪었다. mentor도 결국 완전한 인간은 되지 못한다.

그들의 좋은 점을 배우며 잘못된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 위에서 지주를 단단하게 고정시키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어느새 단순한 원리인 '주저하지 말고 말하라 / 망설이지 말고 실천하라' 는 자신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키고자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서로 다른 담임선생님 두 분들깨 충고받은 이야기들이 있다. '너무 곧으면 부러지니 굽힐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난 돌은 굴러가다보면 둥글어지지만 깎여 나가는 것은 아픈 과정이 될 것이다.' 당시에는 너무나 자신의 믿음에 확고하였다면 지금은 그 믿음이 독선일까봐 생각마저 안으로 접어버리는 사람이 되고 있다.

굽힐줄 아는 사람이 되지만 강직한 대나무이기를 바란다. 모난 곳 없이 둥그런 돌이 되고 싶지만 닳디닳은 돌멩이보다는 무게를 짐작할 수가 없는 커다란 바위가 되고 싶다. 스물 여섯의 앞자락에서, 나의 지주가 진실에 대한 신념과 꿈을 위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토양 위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한 번 더 돌아보고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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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7 15:34 2006/01/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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