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필 포항에 다녀가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 주요 주제는 "사람".
밖에 나와서는 대뜸 첫 마디가 "이젠 PDA 필요 없냐?".
내가 사람처럼 자고 사람처럼 먹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주다.
할 말이 뭐가 있으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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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남길 시간 있으면 차라리 자신을 한없이 굴리던 생활에 강력한 제동을 건지 벌써 몇개월이 흐르다. 목적불분명과 가치전도의 틈새에서 앞으로를 고민할 시간을 가지다.
그러한 여유의 순간을 구분치 못하는 사람들도 있음에 반하여 그러한 생활을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자신을 타인에게 설명하느니 차라리 포기하고 살고 있음에도 소통의 인색함을 핑계않고 존재로 인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물어볼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다. 예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신기하게도 그 안에 포항공대에서 만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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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필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슬비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다.
이 공간은 형태는 비슷할진대 애초에 우리가 목표로 하던 공간과는 다른 곳이다. 하여 내내 느껴지지만 왜인지는 알 수 없었던 거부감의 원인을 찾아내다. 지환형이 계속 보드를 날리고 아이디를 자른 이유도 따라 이해하게 되다. 그에 보드(홈페이지의 클론이다)와 아이디를 날릴 생각을 하였으나 그만두다. -그만두다는 표현보다는 유보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속성이 완전히 다른 공간의 특성을 알아내기에는 아직 불특정 변수가 있음을, 동시에 과거의 경험에 따른 이 존재공간의 미래를 생각해보기 위하여 유예를 가지기로 하다. 리만 기하학의 가정이 떠오르는 것은 물리학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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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가까이 생각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해오다 어제 ps2를 휴게실에 가져다 놓다.
모든 자원은 가장 필요한 곳에 있어야 그 쓸모를 깨닫게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기억하다. 허나 동시에 과연 공용 xbox구입 당시에도 오락기의 휴게실 배치를 개조 후 학습도구 라는 명목으로 무마의 여지를 남긴 전례를 비추어 볼 때, 나중에 위에서 태클이 들어오지 않을까 저어하다. 아마도 개인물품에 대한 제한은 없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옮겨놓다.
승협의 도움을 받아 옮겨놓으며
'나는 가장 필요한 곳에 있는가?' 를 고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