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그 나이 또래가 그렇겠지만 그 아이는 어머니를 아주 괴롭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울거나 떼를 쓰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거였다. 밖에 저게 뭐냐 저건 뭐냐 조잘조잘 재잘재잘 옆에 앉아만 있는 내가 아주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창의적인 질문이면 모르겠는데 했던 질문을 또하고 또하고... 답하다가 지쳐 잠들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표정이 정말 괴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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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공부하는 이유가 다르다. 어째서 그 수많은 길 중에서 아직까지도 공부를 하고 있는지 그 쟁얼대던 아이 덕분에 돌아보았다. 어릴 때 언제나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어느정도는 책으로 해결이 되지만 그 있잖은가. 그 나이때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적분값의 발산' 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초등학생에게는 힘든 개념이다. 책을 파다 보면 항상 끝이 있었고, 그걸 넘어가기엔 내공이 한참은 딸려도 딸렸다. 그럴때면 어머니의 한 마디.
"대학 가면 궁금한 것 다 알 수 있어."
그 이야기를 수십 수백번은 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대학을 왔는데, 오는 도중에 궁금한 것이 몇백배는 늘어버렸다. 학부 시절에는 시간이 많으니 수많은 분야들을 그냥 대놓고 팠다. 성적 출력을 해 보면 전공 성적에 신경을 더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가끔 (사실은 좀 자주) 들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궁금함이라는게 일종의 마약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질문에 대한 해답의 한계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물 자체'로 여겨졌던 부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해 나간다. 그렇지만 인식론적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결국 가장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다. 만약 답이 있다고 해도 그게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라거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 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것은 미련이다. 사람을 도박판에 붙잡아 놓기도 하고, 가망없는 확률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과 똑같은 형태의 미련이다. 그렇지만 이미 중독된 이후인 것이다. 마약 중독자가 갱생을 위해서는 삶을 뒤집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과 비슷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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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끊임없이 질문을 해 댔고, 교통수단만 타면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성격때문에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의 질문 몇 가지를 받아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멍한 아이의 눈에서 내 대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고, 그게 안타까워 이야기 해 주려다 말았다. "대학 가면 궁금한 것 다 알 수 있어." 한 마디 해 주었다가 나중에 중독자 한 명 늘리는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기차에서 내려 한 시간을 그걸로 고민했다. '다섯살 짜리한테 빛과 소리가 사실은 동일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게 이렇게 힘든거였나?'
네네 이미 물리학자변태의 반열에 들었다는 것을 자꾸 상기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