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머리로 알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감정과의 부조화가 일어나는 지점이 생긴다. 사건을 다루는 시각에 있어 수많은 단점과 함께 카메라가 피사체를 전형적이며 감정선을 자극하는 대상으로 다루는 시선이 느껴짐에도 이 영화를 -그래, 그래도 괜찮다- 고 인정하는 이유는 그래도 영화 안에 실재했던 시간의 한 조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도환이나 창근이나 재필이가 오월 그맘때 즈음 되면 이야기하던 이야기의 끝자락에, 항상 타자로서 떨어져 있던 자신을 시간과 인과의 고리로 엮을 수 있게 하는 단초를 주는 영화였다. 여기저기 헝클어진 작품임에도 단지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권하게 되는, 권할 수 밖에 없는 영화. 그냥 가서 봐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총칼이 아니라 사람이다. 극 중의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