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은 그게 아니고, google desktop을 깔고 검색 이것저것 해보니 나도 모르던 별의별 글들이나 문서자료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 중 과거의 기억을 더듬던 한 글이 있어 이 곳에 저장해본다. 작성일자는 2001년 10월 16일인 글. (벌써 3년도 더 전의 글이다.)
콘칩 스로-리
- 자꾸 내가 콘칩 싫어하는 것 보고 뭐라 그러는 창을 위하여.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참 좋은 것이 많았더랜다. 내가 나온 학교의 특성상 그때부터 과생활을 했으니까 말이지. 요새 느껴서 알겠지만 그 희한한 소속감이란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리고 이것 또한 함께 느껴서 알겠지만 말이지, 그 소속감이 남들이 보기에 상당히 필요없는 곳 까지 상관을 한다는 것이야.
뭐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주제만 딱 집어 말하면 왜 콘칩이 질리게 되었냐는 스로~리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구나-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대한 예를 하나 추가시킨 것에 지나지 않지.(간단하게 말해서 들어보면 정말 한심한 이야기라는 소리) 뭐 어쨌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본론.
매점에 가면 정말 쟁쟁한 과자들이 많지. 양으로 승부하는 양파링에서부터 시작해서 시험때마다 눈물에 젖는 눈물젖은 빵, 달라스 햄버거에 버금가는 텍사스 햄버거에 좀 고급이다 싶은 칸쵸나 홈런볼등등.-물론 이쪽 계열은 적은 양 때문에 떼무리 생활을 하는 영어과의 특성상 불온과자로 낙인찍혀서 언제나 버림을 받지만- 그렇게 쟁쟁한 과자들 틈 속에 우리의 콘칩이 잠자고 있었지. 언제나 먼지를 푹 뒤집어쓰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콘칩... 그렇지만 절대로 우리는 콘ㅤㅊㅣㅍ이라고 안했다. 콘칩이라고 했지.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그랬다.
그런데 어느날 그렇게 전원생활을 하던 콘칩에게 천우신조로 광명이 찾아들었으니 이는 동쪽에서 온 귀인을 만나서였다. 영어과 친구들과 저녁식사 후에 우연히 콘칩을 산것이지. 그리고 콘칩은 서태지보다 더 빠르게 우리의 인기를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그건 맛도 아니었씀다 그렇다고 생긴게 이뻐서도 아니었씀다 그것은 바로!
안에 딱지가 들어있기 때문이었씀니다!!!!!!
아... 그 딱지란 것이 자체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 그런데 한쪽 면 아랫부분이 은색이다. 감 잡았음? 그렇지. 동전으로 긁을 수가 있다는 엄청난. 게다가 상품은 세가지나 있었지. 시계 가방 하나는 모르겠다. 허잡한거라 까먹었다. 그 딱지를 위해 콘칩을 먹기 시작한거다. 처음엔 여섯명이서 식사후에 하나씩 사먹었지. 꽤 긴장넘치는 시간- 이었다. 동전을 든 친구의 손은 떨리고 모두의 눈은 동전 끝에 집중되어 있었지. 한번 긁으면 모두의 고개가 22도 돌아가서 되돌아 긁으면 반대방향으로 25도 돌아가고. 그때쯤 되면 그 친구는 기절을 하지. 니가 재수가 없어서 꽝나왔잖아! 하면서 모두에게 밟히거든.
그런데말이지, 학교가 강남쪽이라 그런지 애들이 사행심에 눈이 멀어서 그런지 조금씩 과감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야. 민이라는 녀석이 잘못 긁었다고 뚜드려 맞은 다음에 콘칩을 막 먹더니 눈빛이 달라지며 그랬던 것이지..
"야 내가 돈낼게 하나 더 먹자!"
.그 후는 알아서 상상하길. 나중에는 저녁먹고 한 사람에 한 봉지씩 살 정도가 되었지. 게다가, 이 떼무리 정신이란게 영어과 스피릿츠에 영향을 미쳐서, 나중엔 영어과 남녀노소 누구나 콘칩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광경을 볼 수가 있게 된거야. 그리고 결국 이런 상황이 생겼지.
식사 한다. 그리고 콘칩을 몇개 사 놓는다. 모두 뜯는다. 딱지는 챙긴다. 그리고 조용히 가위바위보. 진녀석은?
...콘칩 다먹는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맨날 살 수는 없는것. 그러다 보면 콘칩에서 골판지 씹는 맛도 느낄 수 있고, 기름 다 뺀 포테이토 맛도 난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된다구.
생일파티? 그거 우리도 했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구. 동우철군 해서 우철이가 교탁앞에 서고 "선물증정식이 있겠습니다" 한 다음 한아름 품에 안기는 이쁘게 포장된 상자가 우철이에게 주어졌지. 녀석 디게 좋아하더니 들어보고 표정 변하고. 이젠 알겠지?
포장뜯으니까 콘칩 삼십개들이 박스고 말이지 ==; 결국 그녀석, 교탁에서 삼십개 다 뽑아보고(헉...꼭 뽑기같다) 과자는 반애들 전체가 나눠먹고. 그런거야. 우이씨. 그래서 난 콘칩이 싫어. 매점에게 떼돈을 벌어다 주고 나중에는 그것만 놓여있는 가판대를 생기게 한 콘칩.
이지만, 그리운거지. 그러면서 즐겁게 지냈던 시간이.
콘칩은 경품행사 기간이 끝나면서 역사속으로 조용히 사라져 갔어. 다시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된 콘칩을 보면서 매점주인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건 알 수 없지.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다구. 동문회 할 때 마다 보면 모든걸 결정하는 방식이 그 때 그 시절 콘칩뽑기 하던때와 똑같은 것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