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에 해당되는 글 1ATOM

  1. 2004/09/21 inureyes 포카전 / 문화의 중첩 11
포항공대와 카이스트간의 축제인 세번째 포카전이 카이스트에서 열렸다. 누가 우승했는가를 떠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올해는 드디어 우승해서 더 좋긴 하다. 3년 연속으로 지면 그건 그것대로 무슨 망신인가.) 몸은 힘들었지만, 카이스트 물리학과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평평하고' 아름다운 교정도 실컷 즐기다가 올 수 있었다. -카이스트 부지의 평평함은 언제 봐도 포항공대인에겐 인상적이다.-

같은 시간에 서울에서는 연고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재미있게 연고전을 즐기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 덕에 연고전에 대해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나서 연고전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의 대학교 이야기를 하며 서로 다툰다. 게다가 분명히 축제라고 알고 있는데, 이야기하는 내용은 농구선수 이야기와 섭외 연예인 이야기 뿐이다. 그래서야 좋은 이미지를 받을 리가 없다. 그 안에서 학생들이 하는 일은 무얼까? 구경꾼이나 단순한 응원단 이상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학부 인원의 반이 세시간 거리를 이동하여 카이스트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같은 과별로, 같은 동아리별로 만나 모이며 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축제인 포카전에 비하면 (게다가 쓸데없이 명칭가지고 신경전도 벌이지 않는다. 번갈아가며 부르면 되는것이니) 연고전은 그냥 상업과 무관심 가운데서 열리는 학교간의 신경전으로 생각될 뿐이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해마다 나아지는 포카전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계속 모두에게 즐거운 축제로 남았으면 한다.


과별로 모아 놓으니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하나는 무지하게 단합이 잘되더라는 것이고, 하나는 각 과끼리 문화가 섞이는 일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단합 잘 되는 이유야 같은 학교보다는 같은 과가 더 말이 잘 통할 수가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다른 학교의 문화를 배우게 되는 일이 쉽게 생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응원을 준비해 가면 바로 다음 해에 상대 학교에서 우리 응원의 '포항공대' 부분을 '카이스트'로 바꾸어 부른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일어난다. 게다가 이런 변화는 더 빨라져서, 오전 경기때 응원하던 내용을 어떻게 익혀서 오후엔 상대의 응원으로 우리 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나중엔 서로 같은 박자에 응원을 해서 응원 소리는 우렁차게 하나로 들리는데 학교 이름이 나올 부분에만 두 학교 이름이 섞에 들리기도 한다. 위는 여러 현상중 하나일 뿐이다. 학교 가릴것 없이 기계과는 마징가송을 같이 부르게 되고, 전자과는 전자송을 함께 부르게 된다. 그렇다고 과별로의 친목이 타과 배타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라서, 그러한 중첩이 학교대 학교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사회이든 문화의 중첩은 항상 약간씩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순간에 이렇게 지역을 뛰어 넘어 문화끼리 영향을 주고 받는 모습은 신기할 뿐이다. 지리적 거리를 두고 있어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두 학교가 이러한 교류와 문화의 중첩을 통하여 좋은 모습을 지닌 하나의 이상을 향해 미래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저 잔디밭에서 밤새 맥주를 마셨다. 비는 많이 왔지만 아름다운 곳이었다.


물리학과 사람들끼리 같이 식사도 했다.

이건 카이스트에서 유일하게 엄청 부러웠던 자판기. 계란이라니 ㅠ_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4/09/21 02:10 2004/09/21 02:10
트랙백 4, 댓글 11개가 달렸습니다.
ATOM Icon 이 글의 댓글이나 트랙백을 계속 따라가며 보고 싶으신 경우 ATOM 구독기로 이 피드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