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그래서 일어나니 오후 네 시. 그동안 밀린 일과 놀이들을 하다가 재식군이 식사하러 나가자고 하였다. 여섯시 반에 도서관 앞에서 다들 만나기로 하여 시간 맞춰 은진과 만나 함께 나왔다. 나가는 도중에 지곡연못 옆을 돌아가며 잡담했다.
로얼드 달이 쓴 어린 시절에는 재미있게 보았던 '찰리와 초컬릿 공장' (이 소설은 좋아했지만, 후속편으로 나온 소설은 정말 싫어했다. 읽어보면 왜 싫은지 알 수 있음) 을 얼마전에 팀 버튼이 영화화 하였다. 개봉 당시에 영화관에 가서 즐겁게 보고 왔다. 그런데 그 영화가 생각이 났다. 영화에서 윌리 웡카는 별의별 초컬릿을 다 만들어 낸다. 그래 그거다.
"이왕이면 먹으면 공부가 되는 책 초컬릿을 만드는 거야! 책처럼 생겨서 페이지를 뜯어먹으면 그 페이지 내용이 외워지는 초컬릿 어때?"
"책을 그냥 먹으면 공부되는? 좋겠네-"
"응 게다가 페이지 순서대로 꼭 먹어야 되겠지. 그렇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공부 내용이 막 섞여서 햇갈릴테니까."
"그렇게 공부되면 진짜 책 많이 볼 수 있겠다."
"물론 그렇게 공부가 다 되면 불공평하잖아. 가만히 있으면 까먹으니까, 그럴때는 까먹은 페이지만 다시 먹으면 되는거야."
"그럼 시험 하나 끝나면 살이 많이 찌겠네? 다들 책만 먹다가 뚱뚱해지는거 아냐?"
"하하하 사쿠라이 먹으면 살이 얼마나 찌려나."
까지 잡담을 나누다가 문득 어떤 학과와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그 이야기를 한 후 '역시 이건 안 되겠어' 하고서는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옮겨갔었다는 이야기.
그 학과와 책은 화학과와 벽돌책이었다.
(상대론 책과 양자장론책은 학부까지만 할 생각이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저 책은 그럴 수가 없지.)
벽돌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