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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14 inureyes 물리학에 관한 소고 5
지도회식이 있었다. 지도 회식 자리는 랩미팅이 되었다. 먹으면서도 연구 이야기를 하는 랩은 별로 없다. 바쁜 교수님을 뵙기 힘든 우리 랩의 특수성과 삶이 곧 연구인 학교의 특성이 만나 이렇게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연구참여하는 카이스트 학생의 표정은 어이 없음을 가득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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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외연이 얼마나 넓은지 날이 갈수록 실감하고 있다. 해석역학이나 양자역학이 '교양물리' 인 이유도 더불어 배우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아직 전공은 시작해보지도 못한 것이다. 물리학의 다양함과 깊이에 날마다 경탄하지만 동시에 느끼는 왜소함 또한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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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철학과 물리학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다른 학문들은 약간이라도 비슷한 것이 동물에게도 존재하지만 저 두 학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그것이 물리학도들에게 일종의 자부심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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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지난 한 학기동안 부딪히던 조교실에서의 '현실론자'들의 주장을 떠올렸다. 물리학이 싫으면 물리학과를 오지 말았어야지, 물리학과 대학원까지 와서는 물리학도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다. 돈도 잘 안되는 학문을 하는 학생들이 어리숙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가치가 돈을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현실이 이상한 것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로 인간의 모든 가치 위에 돈이 군림하는 현실이 너무나 뚜렷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돈이 인간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 다른 가치들은 몰라도 돈은 절대로 그러한 즐거움을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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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연구참여중인 88학번 연구원 선배님을 만났다. 마흔이 다 되어 가도록 여전히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하시는 선배님을 보며 내가 너무 조급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평생 할 일이라면 과정 자체를 조금 더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열정은 사람을 이끌지만 동시에 조급하게 만든다. 열정적이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길을 가고싶다. 어차피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끝이 없도록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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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4 03:59 2005/07/14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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