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가 끝났다.
계측실험 조교 일이 약간 남기는 했지만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넘어 성적도 모두 나오고, 연구실도 거진 정해졌다. 다시 교과서대신 논문들을 들추는 생활도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어 보였는데,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대학원 생활이 학부생활에 비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대학 1학년같다. 어느새 먹을 것 싸들고 들어가 시험 아홉시간씩 치는 것도 익숙해졌다. 학부때 느끼지 못하였던 짓누르는 기분만 빼면 학부때나 지금이나 '노동강도'는 비슷한 듯 하다.
학기말에는 목을 매달고 학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고나니 별다른 것도 없다. 숙제가 사라져서 생기는 빈 시간을 다른 일들로 메꾸는 틈 사이에 느끼는 공허함이 가끔 있을 뿐이다.
시간이 있을 때 할 일들을 해 놓아야겠다. 사진도 대충 정리하고, 읽던 논문들도, 학기동안 쌓인 과제물과 종이들도 정리하고... 그런데 손은 윈도우 카드놀이를 한다. 바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간 때울만한 것을 찾는 자신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