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해 보고 있다. 어릴 적에 즐겁게 했던 (게다가 삼국지와 함께 처음으로 영어를 잘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던) 코에이사의 '대항해시대'가 온라인 게임이 되었다. 동기들과 함께 가끔 즐거이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오픈베타 기간이다. 오늘 같이 플레이중인 동기들로부터 '나중에 유료화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되어 봐야 안다고 답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실은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마 안 하겠지.
이유를 설명해도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특별히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1개월여간 해 본 결과로는 이 게임은 아마 망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재미와는 관계 없다.
이유를 하나씩 들어보자. 대항해시대는 재미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추석때 중학교 다니는 사촌 동생이 말하기를 '그 어려운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하였다. 좋든 싫든,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 보면, 대항해시대가 얼마나 많은 유저층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두 번째로, 위의 이유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유저의 연령층이 높다. 그리고 퍼블리셔인 CJ인터넷도 그 사실을 통계를 통하여 알게 될 것이다. 게임을 직접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그 통계에서 낼 결론은 자명하다. 유료화 후 이탈층이 적을 것이라고 예측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 과금의 수준을 높게 잡을 것이다. 아마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리니지 2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연령층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사장이라면 저 사이에서 과금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세 번째로, 그런 식의 과금체계가 구성될 경우, 이탈층이 생길것이다. 다른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내가 플레이해 본 느낌으로는 이 게임은 사람이 없으면 성립이 되지 않는 시스템 위에 서 있다. '스킬'은 게임 내의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항해시대의 경제 구조는 일반적으로 재료를 구입해서 -> 물건을 만들어서 -> 되파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유저의 감소는 저 과정에서 '재료를 구입하는' 단계와 '되파는' 단계에 치명적이다. 결국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은 신규 유저의 유입을 막고, 현 유저들의 이탈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플레이하며 다루는 게임 내의 금전의 스케일이 변하던 것을 생각해 본다. 답은 바로 나온다. 약간의 게임 내 인구 감소도 게임 전체의 밸런스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 길드 사무소 문제 때문에 서버간 통합도 힘들 것이다. 나중에는 강제로라도 서버간 통합을 통해 하나의 서버에 적정 인구 이상을 배정하지 않으면 게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이 때가 되면 과금정책에 동의하고 금전을 지불하는 사람도 떠나게 될 것이다.
물론 서버 통합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중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언젠가는 사람 수가 적은 서버부터 길드 사무소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길드가 존재하지 않도록) 인구수가 줄어들게 될테니까.
뭐 언제나 예측은 예측일 뿐이고, 모든 것은 지나봐야 알겠지. 아직 유료화 방침과 시작일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즐겁게 게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암울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일단은 비공개로 놓아둔다.
p.s.) 2005년 11월 28일 공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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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0/03 inureyes 게임 '대항해시대'와 그 미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