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파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국채 발행에 대한 경고와 함께 매입 가능성을 포함한 전망과 비관을 내놓은지 하루만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국채 매입에 들어갔다.
비관적 학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마크 파버의 예측보다도 더 빠르게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크게 두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미국의 드러나지 않은 금융 부실이 현재의 가장 비관적인 예측보다도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AIG 사태로1 파생상품에 의한 미국 금융 시장의 부실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 예측을 한참 초월한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얼마나 초월하는지는 짐작만이 있을 뿐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 (한화로 경단위라는 추측만 있다)
국채 매입이 가져다주는 다른 시사점은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결코 단시일안에는 회복되기 힘든 악순환 과정으로 완전히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는 통화의 안정성에서 비롯되지만, 2001년 이후 미국의 통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국채 매입을 통하여 국채 가치의 하락을 유도하는 방식은 금리를 현재보다도 낮추어 이러한 통화가치 하락 추세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에서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금융 위기를 최단시기에 감당하겠다는 의사를 시장에 피력한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 미국 경제가 악순환의 양적 되먹임 작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음도 확실해졌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당장은 환율이 내려가겠지만 한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와 함께 금융 시장 개방에 따른 취약성을 생각해보면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떨어져 무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가 전초전이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진정한 생존게임의 시대이다.
그나저나 자본이 자본을 창출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어가고 있으니 투자할 곳 찾는 사람들은 머리가 훨씬 복잡해 지고 있겠다. 자유주의 시장 경제의 파국이 전자 트레이드의 고도화 때문이라니, 역사는 때로는 굉장히 특이한 방법으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