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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4/10/12 02:33 | inureyes
월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아침 내내 데리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우울했다. '생각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시인도, 소설가도, 철학자도 모두 하나둘씩 시간이 되어 세상에서 스러진다. 가을하늘은 끝이 보이지 않도록 맑은데 그 안으로 나를 만들어왔던 기억들과 생각들이 하나씩 지워진다.

'홍두깨 선생님' 목소리의 주인공이던 장정진씨도 저 하늘로 부웅 떠서 날아가셨다. 지성에 큰 영향을 준 사람 하나와 감성에 영향을 준 사람 하나가 같은 날 동시에 파랗게 물든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어제 산 이승환 8집을 듣고 싶었다. 어느새 '어린왕자'에서 색마 공장장이 된 그를 생각하였다. 이렇게 저렇게 하여 듣지 못하였다. 통계물리학 책을 들여다보며, 데리다씨나 장정진씨처럼 나를 구성하는 microstate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랜 기억들의 세세한 단면을 기억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종류의 우울은 설명하기 힘들다. 자신에게는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상실감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은 아니다. 아마도 그 상실 -또는 존재의 소멸로 인해 곧 내 안에서도 같은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 은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상실감일 것이다. 이십년도 더 전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한 기억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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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2 02:33 2004/10/1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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