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이 1988년부터 내놓은 '최다' 시리즈물인 록맨은 미국으로 가면서 메가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자리 잡았는데, 아무래도 우리 나라는 일본과 가깝다보니 록맨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미리 이야기 : 록맨 시리즈 팬이면 추억을 위해서 이후는 읽지도 말고 보지도 말기를 강력히 권한다.
이 '철저한 현지화'가 만드는 '문화의 차이' 가 얼마나 큰지 간단히 적어볼까 싶다. 사진 두 장으로 요약이 되기는 한다.
어느쪽이 일본판이고 어느쪽이 북미판인지는 생략한다.
록맨과 메가맨 모두 코믹 또는 애니메이션으로 굉장히 많이 제작되었다. (록맨 타이틀을 단 게임이 200개가 넘는데, 파생상품이야 당연히 넘치겠지만...) 이번에는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오프닝 비교.
우선 일본판. (록맨 OAV).
그리고 이쪽은 미국판 (애니메이션 메가맨의 오프닝)이다.
미묘한 센스 차이를 이해했겠지만, 동시에 당혹감이 들었을 것이다.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 라고 할 수 있을 듯.
이왕 보는김에 실제 만화는 어떻게 차이나는지 일본용 OAV 하나와 북미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보자.
이쪽은 록맨 OAV이다.
이쪽은 메가맨 에피소드 중 메가맨이 미래에서 온 X...와 만나서 함께 악당'들'을 막는 에피소드이다. (제일 뒤의 영상만 붙였다.) 압권은 스네이크맨 무기를 카피해서 쓰는 X.
참고로, 금방 본 에피소드에 나오는 X는 OVA 에서 아래처럼 표현된다.
이러한 현지화는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각 문화권에 맞도록 만들어진 컨텐츠가 해당 지역에서 사랑받기 쉽다. 그렇지만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유지 비용이 소모된다. 위의 예에서는 표지를 이중으로 제작한다거나, 네이밍 컨벤션이 지역에 따라 다르다거나 하는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하지만, 시간이 길어지고 현지화 정도가 심해질수록 유지비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일본의 문화 컨텐츠 기업들은 북미 및 유럽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는 과정에서 토착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왔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문화 컨텐트들은 해당 지역에 큰 무리 없이 진입할 수 있었다. 일본의 문화 진출의 경우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자국의 문화 컨텐트를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트로이목마 작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는 더이상 컨텐츠를 중복 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구권에 먹힐 만큼의 기반을 쌓아왔다.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에서 살아남아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빠져 있는가? 일본과 같이 장시간의 전략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 힘들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록맨 이야기하다 너무 많이 가버렸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덧) 록맨X의 오프닝을 보면 당시 제작진들이 생각한 인공지능 컴퓨터의 용량을 대충 알 수 있다.
록맨X 오프닝 한 컷.
인스트럭션 캐시와 데이터캐시의 관계를 재미삼아 볼 수 있다. (덧붙여 CPU가 CPS (Capcom Play System) 다. 여전히 SH 계열이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