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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드라마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5/04/03 22:08 | inureyes
일주일 내내 조교실에서 전기역학과 석사동기들과 살다시피 지내다가 금방 막 방으로 뛰어 내려왔다.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개강하기 전에는 대충 다 챙겨봤는데, 개강하고 나니 매일 빼먹는 편이 많아 컴퓨터로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재방송 보는것도 일이라면 일이라 토요일은 몰라도 일요일만큼은 이렇게라도 방에 내려와 챙겨본다.

갑자기 웬 뜬금없이 이순신 드라마냐고 하면 대답해기가 애매해진다. 역사 왜곡이 가득 들었다고 비판하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숙제니 조교니 하더니 그렇게 시간이 많냐고 하는 사람도 아마 있을테다. 굳이 왜 보냐고 자신에게 물어보아도 정말 확실한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이순신만 본 것은 아니다. '제국의 아침'도 봤고, '태조 왕건'도 보았다. '용의 눈물'도 보았다. 그러고만 보면 KBS 역사 드라마 광팬인것 같다. 그렇지만 원래 좋아하던 것은 아니었다.

꼬부기가 서울대 대학원으로 가기 전에 KBS 역사 드라마 광이었다. 덕분에 큐티하고 나는 덤으로 같이 꼬부기의 역사드라마 관람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냥 시간이 되면 알아서 모여서 보고, 빨리 안오면 서로 방으로 데리러 가서 휴게실에 모여 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트렌드 드라마가 겹치거나 해서 휴게실이 다른 사람들로 차 있는 시즌이면 다른 동으로 빈 텔레비전을 찾아 가기도 했다.

원래 드라마의 속성이 그렇듯이, 계속 보다 보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법이다. 줄거리가 모두 알려져있는 역사 드라마의 경우는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같이 드라마 보는 것이 당시에는 참 즐거웠다. 피곤한 학교 생활에 하나의 낙이 되었다고 할까.

그러다가 꼬부기는 서울로 대학원을 가버렸고, 큐티는 군대를 가버렸다. 혼자 남아도 관성은 남아 역사 드라마를 보는데, 예전처럼의 끈기는 나오지 않아 '무인시대'는 보지 않았다. 어쩌다가 다시 '불멸의 이순신'은 챙겨보게 되고, 기호형이라는 꼬부기틱한 드라마홀릭 덕분에 다시금 즐거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얻는 것은 줄거리에서 나오는 즐거움도 있지만, 아마도 역사 드라마를 모여서 보던 즐거운 추억이 이어지는 느낌이 큰 것 같다. 이순신 시작할 시간이니 텔레비전 보러 가야겠다. 아마 꼬부기도 서울에서 '불멸의 이순신' 을 보고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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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3 22:08 2005/04/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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