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보자. 지금 대한민국은 정상이 아니다. 가치체계의 혼란은 이미 정도를 넘어 자체적으로 붕괴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대한민국의 근간인데 그 두 가지가 전부 무너져 있다. 권력과 정의가 자본에 지배당하고, 자본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불법을 통하여 자본이 형성되고, 주식회사의 소유가 그 주인인 주주에게 속하지 않는다.
대놓고 적어보자. 현재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는 '천민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곱게 부를 수준이 아니다. 뇌물 수수자가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고, 뇌물 조사는 하염없이 길어진다. 한글화 전용 정책의 일환에서 갓 빠져 나온듯한 '떡값'이라는 고운 용어, 그걸 '쉬운 말'로 바꾸면 뇌물 수수이다.
정당 정치의 일관성은 예전에 사라졌다. 지금 정치는 비어있는 권력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 탈법 덩어리라 시의원에도 못 나와야 할 사람이 후보로 나오는가 하면, 국민이 빌려준 시간과 권력을 오롯 자신을 띄우기 위해 사용했던 사람들이 책임정치라는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너뜨리며 성형을 한다. 애초에 자본에 예속되어 버린 사람들이 '정의'를 세우고 '약자'를 대변할 수 있겠는가? 삼권은 형식상으로 분리시켜 놓은 것이 아닐진대, 어째서 그 모든 기관들은 서로를 견제할 수 없게 되었는가?
마음대로 국민을 언급하지 마라. 편한대로 국민을 '서민'이라고 낮춰 부르지 마라. 우리는 군림하는 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머슴을 뽑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있다.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붕괴만이 국가의 붕괴는 아니다. 국가를 이루는 신념과 가치 체계가 붕괴될 때 우리는 한 사회 단체가 붕괴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나라인가?
대한민국 헌법의 첫머리다.
-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그게 다 그렇지'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내 안에서 대한민국은 망해간다. 국가는 외형적 실체만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국민 모두의 안에 존재하며, 그 신념을 얼마나 지켜 나가느냐로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된다. 더러운 사람들을 욕을 해라. 침을 뱉어라. 하지만 좌절하지는 말자. 넘을 수 없는 벽 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을 넘어온 것이 민주주의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