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이지만 화분이 하나 있다. 처음 이사올 때 어머니께 나누어 받은 화분이다.
삼 년이 넘는 시간 중 일 년 정도를 서울에 맡겨 키웠다. 귀국 후 도로 집으로 가져와 키우는데, 이 년이 넘는 기간동안 작더니 요새 부쩍 많이 자랐다.
잘 자라는 화분을 보니 흐뭇하긴 했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자꾸 자라다보니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옆으로 눕는 것이었다. 덩굴식물이라 그런가 해서 여쭈어 보았더니 지지대를 세우면 된다 하신다. 하여 옷걸이로 지지대를 하나 만들어서 잘 자라게 세웠다.
얼마전에 부모님께서 부산에 다녀오시면서 잠시 집에 들리셨다. 어머니께서 화분을 보시더니 잘 자라는 풀의 가운데를 가위로 싹둑 자르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잘 크는 식물을 왜 자르셨냐는 질문에 어머니께서는 무작정 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나중에 잘 자라려면 지금 잘라야 한다고 하셨다.
가지를 잘라낸지 스무날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나무 줄기 두께가 두 배는 두꺼워 진 듯 하다. 더이상 길게 자라지는 않지만 단단하게 자라고, 잎이 많지는 않지만 큰 잎을 여러장 갖는 나무가 되었다.
나무에게서 자신을 본다. 복잡다단한 지금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강하게 쳐 내야 할까. 나는 그 부분을 단호하게 쳐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오늘도 화분을 본다. 밤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