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조조로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를 보았다.
감독이 물리학과 출신이었나 생각해 볼 정도로 철저한 대칭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두 주인공 간의 동질화와 이질화가 일어나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영화의 제목은 세가지 의미를 드러낸다. 극 중 영화배우의 삶은 영화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영화처럼 살기를 갈망한 조폭의 삶은 끝내 영화가 될 수 없었고 싸움꾼이 되고 싶은 배우의 삶은 결국 카메라 안에서만 의미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저 모든 상황과 구도도 강하게 대칭적인 구조를 보이도록 만들어진 영화일 뿐이라는 것. 장자의 호접지몽을 떠올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였다. 소지섭이 이정도의 배우였나?
덧) 끝마무리 화면(ending credit)의 '김기덕 각본' 자막을 통해 추가적으로 납득한 몇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보였던 것 같은 작중 인물의 변화와 회귀성을 동시에 다루는 부분이나, 주인공과 여성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