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면접때, "어떤 신문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도대체 그게 물리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합 뉴스와 구글 뉴스를 읽는다'는 대답을 했었다. 돌아보면 친구들 중에선 희한한 녀석들이 몇 녀석 있다. 국내 신문은 절대 안 읽는 모 군도 있고, 가디언과 르 몽드를 주 정보 수단으로 읽는 모 군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면 촛점이 좀 달랐다. 그리고 언제나 느낄 수 있었던 것은 20년이 지나서 정보의 홍수가 넘치는 세상이 되어도 여전히 언론 통제는 효율적으로 동작한다는 점이었다.
기술이 발달하다보면 넘을 수 없는 벽을 넘게 해 주는 경우들이 몇가지 있다. 뉴스를 읽는 방법이 그렇다. 요새는 구글 뉴스를 주로 읽는다. 구글 뉴스의 특징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기사들의 집합' 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포탈 뉴스 대신 구글 뉴스를 읽는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다. 예전에 어머니께 '신문 보는 법'을 설명해 드렸는데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한 번 적어본다. 구글뉴스는 서비스 국가를 바꾸기가 매우 쉽다.
이 부분의 위력과 무서움은 중독된 사람만이 안다.
구글뉴스 영미판과 인도는 영어로 그냥 읽는게 훨씬 편하기 때문에 번역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이 확장기능을 이용해서 구글뉴스 일본은 거의 실시간 번역으로 볼 수 있다. 구글 뉴스 중국어판과 구글 뉴스 러시아어판은 번역이 엉성하기는 하지만 뜻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읽지만 이게 일이년 읽다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또는 세계 정세와 관련한 일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과 각 국가의 말이 굉장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한 번 되새김질해 주는 우리나라 기사가 아닌 그 나라의 기사를 읽고싶다'는 생각을 하고서 이 방법을 찾은 이후 구글뉴스로 다른 국가의 뉴스를 읽기 시작한자 2년이 조금 넘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시각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그 변화는 하나로 규정짓기도 힘들고 말로 설명하기도 참 어렵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이제 넘치는 기사 아래 깔린 의도가 무엇인지 굉장히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보고 각 나라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함께 보다 보니 훈련이 되어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대신 치러야 했던 댓가가 하나 있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때만 그랬지만 이젠 사람들이 주고 받는 '말'에 대한 믿음이 아주 옅어졌다. '저 이야기를 왜 하고 있을까' 하고 곱씹는 과정이 습관이 되어 버린다. 그러한 부분을 감내할 수 있다면 버릇삼아 가져볼 수 있는 뉴스 읽는 방법이다.
하지만 권장하지는 않는다. 국가관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대하여 사람이 굉장히 시니컬해진다. 머릿속으로는 '국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거역할 수 없는 '국가'의 존재를 인식하지만 저렇게 여러 나라의 기사를 읽다보면 국가가 왜 '리바이어던'인지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