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를 들여가며 '반디앤 루니스' 한 구석 바닥에 앉아 한강 3부를 다 읽었다. 조정래의 눈이 향하고 있는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간에, 아리랑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그 흐름은 작가의 세상임과 동시에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실제 세상이었다.
박경리씨의 '지나가는 사람들 이름붙이기'에 한 번 질릴대로 질려 보았는데도, 수천명이 등장한다는 조정래씨의 노력은 사람을 질리게 하는 재주는 없어보였다. 이것은 이야기책일까 아니면 기록서일까. 비교적 편안하게 작가생활을 한 박경리씨와는 달리 "빨갱이짓"한다고 고소에 협박까지 당하면서도 굳어가는 손을 휘휘저어 무언가를 남기려 했던 조정래씨에게(사실 '씨'라고 존경없이 그냥 이름붙이기 부담스럽다) 드는 알수 없는 느낌
감동일까 존경일까 경외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작품속의 사람들이 살아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때의 기분. 내가 딛는 땅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어디까지 '아는것' 이 아니라 '느껴야' 하는 것일까. 발이 딛으며 눈을 이끄는 그 끝은 어디일까...
p.s.: '한강' 에서 싹 빼고 딱 남은 구체적인 생각 몇가지. 왜 어른들이 그리도 법관들을 시키고 싶어하는지는 법관이 얼마나 썩었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정희는 죽일넘이고 박태준은 존경할 분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모두 썩어서 살아가지만 썩는 이유는 썩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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