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 PDA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4/09/17 03:13 | inureyes
지난주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니고 있다. 운동을 안한지 하도 오래되었다. 태권도학원에 스무살 중반의 아저씨가 나가면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의 동지로 생각해줄 리가 없기 때문에 성인반을 나간다. 그런데 성인반의 성인들이 직장인일 리도 없고, 그냥 어머니들이 많이들 오시는 반이라 운동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신만 앞서지 몸이 따라가지 못해서 이곳저곳이 파스 투성이이다. 운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같이 운동을 하러 나가는 은진이나 혜연씨 기원씨는 멀쩡한 것을 보면 역시 내 몸에 문제가 꽤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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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ipaq 3630을 사용중이다. 어느새 PDA를 오래 사용해서 손에 익엇다. 예전부터 자주 가는 PDA 관련 사이트 중에 todaysppc가 있다. 그 곳에선 최근에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사람 저사람 모두 새로운 기종의 PDA를 구입하고 싶어하며, 구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애초에 PDA가 얼리아답터적 성격이 짙은 물건이었으니, 그러한 모습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물건이든 '최선의 물건'은 물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그 물건의 가능성을 얼마나 끄집어 낼 수 있느냐가 오히려 물건의 가치를 좌우한다. 점점 기기가 발달하고 그 안의 가능성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닌가, 아니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점이 그 수준을 더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물건은 사용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이 된다. 토이카메라로 예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성능이 떨어진다고 쓰지 않는 컴퓨터에서 리눅스를 능숙하게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물건들에선 물건과 함께 그 주인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점점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어느새 기술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으려고 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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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03:13 2004/09/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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