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1/03/07 02:24 | inureyes
아시모프 원작의 바이센테니얼맨이라는 영화가 있다. 지성을 얻게 된 '기계' 가 어떻게 인간성을 획득해가는가에 관한 내용의 가족용 오락영화이다. 끝에 가서는 주인공 로봇이 사랑을 알게 되면서 끝이 난다. 사랑이 인간성의 핵심이라는 내용을 전달해주기 위한 결말이다.

원작의 결말은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엄청나게 긴 시간을 살아온 로봇. 처음에는 미성숙한 지성으로 살아오다가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이 공부를 하고 연구를 자신의 신체를 완성해간다. 그 비용은 자신의 발명품을 인간의 보철용 기구로 판매하여 충당한다. 나중에는 부상당한 인간의 신체들도 자신과 거의 같은 부품으로 이루어지는 단계가 된다. 뇌만 제외하면 인간과 별 다를 것이 없어진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결국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로봇은 자신에게서 인간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고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밝혀낸 인간과 자신의 다른점을 위해 로봇은 자신의 양자뇌를 쇼트시킨다. 그런 후에야 '그'는 사람들에게 인간으로 인정받고 짧은 시간후에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성이 마지막으로 인정받는 최후의 보루를, 아시모프는 죽음에서 찾아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마지막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구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머니티에 기초한 것에서도 인간에의 해방을 찾기는 어렵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언급하듯, 인간의 휴머니티는 유전자의 자기종족보존에 기초한 생존본능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아시모프가 찾아낸 해답이 옳은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해석에 따라서는 '죽음'이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듯 하다. 하지만 별다른 '인간성' 에 대한 정의가 없는 한, '지성에 의한 선택적 죽음' 이 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내 속에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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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02:24 2001/03/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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