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정도 걸렸을까? 매일 조금씩 한 끝에 드디어 홈페이지의 '생각하기(monologue)' 보드의 내용을 모두 옮겼다. 그동안 누르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한 번에 몇 페이지에 걸친 public 버튼을 주루루 누르면서(태터툴즈는 글의 public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열람이 불가능하다.) 오래도 걸렸구나 싶었다. 글을 옮기면서 어느덧 내 글을 내가 읽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쉽게 빨리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때도 생각을 했었고, 지금 그 글을 보면서 또 생각을 했다. 길게는 5년 정도 더 전의 글들을 보면서 자신의 사유를 되짚어보는 경험은 특별했다. 멈추지 않고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생각을 되짚어 볼 시간이 없어서 더 특별한 경험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유를 업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지도 벌써 10년째가 된다. 얼마나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중간에 오래 멈춘 적은 없는 것은 확실하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와 있고, 다음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생각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버렸고, 이제는 그 보조를 맞추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재주를 탓하지는 않는다. 아주 느리게나마 글을 쓰는 방법과 형식이 정제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지만 방법이나 형식이 좋아지는 것과 그 내용을 보편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일이다. 이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머릿속의 데이터는 갱신되지 않은지 오래이다. 지금은 일주일에 책을 한 권을 읽는둥 마는둥한 게으른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지식은 가만히 두면 뉴런들 사이에서 슬그머니 새어 나가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지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4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생각하고 있고, 현재에는 그 점이 중요하다. 배움의 지식에 매몰되지 않고 의식을 가지고 있다. 생활에 지치지 않고 이상을 가지고 있다. 현상을 인정하는 대신 질문을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한때는 유럽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어느새 엄청나게 복잡해져 있다. 지난 5년간 역사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내 생활사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러 경험으로 전에는 상상하지 않았던 여러 세계와 네트워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참을 돌아 다시 그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걸러 모든것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노인들을 존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시에 주어진 젊음을 사랑한다. 젊음은 원숙을 낳고 그래서 소년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된다. 지금 주어진 것을 어떻게 향유해야 하는지 고민만 하고 있다가는 덜자란 어른이 될테니 현재를 그대로 즐길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매우 행복하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한 때에는 고등학생이라는 시간에 갇혀 있음을 참을 수 없어 했고 그것보다 약간 더 자랐을 적에는 포항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음을 싫어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약한 자신에 대한 변명임을 알고 있다. 지금엔 지금에 맞는 핑곗거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제는 어느새 그것이 핑계임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생각이 자라버렸다.
이제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까지 옮겨 왔으니 이 새로운 정보 저장고를 나로 채워 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