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이 컴퓨터 의존적인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다 보니 다들 컴퓨터 자체에도 관심이 많다. 요새 들어 클러스터에서 돌리는 것 보다 PC에서 돌리는 쪽이 유리한 종류의 계산들 -데이터와 I/O 의존적인- 이 늘어나며 그러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보통 연구실에서 쓰는 컴퓨터는 연구비로 사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연구비가 몽땅 클러스터로 들어가다 보니 개인용 컴퓨터가 2003년 이후로 업그레이드가 없었다. 연구실에 하나둘씩 자기 컴퓨터를 올려놓다 보니 결국 대부분의 연구실 컴퓨터는 노트북이나 자기 컴퓨터로 대체되고 말았다. 컴퓨터에 그다지 크게 좌우되지 않는 연구를 하거나 클러스터를 쓰는 사람들은 그냥 저냥 연구실의 펜티엄 4를 연구용 PC로 쓰고 있었다.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분위기가 깨진 것이 작년 초이다. 동명이가 쿼드코어 컴퓨터를 한 대 맞추고, 그 퍼포먼스를 눈으로 확인한 후 부터 시작된 성능 경쟁에 부르주아 준영선배가 끼어들면서 판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잔뜩 고조된 판은 지난주 정점을 찍었다. 이번에 연구실의 컴퓨터 세 대가 (노화되어)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아 페넘2 세 대를 주문했고, 그 결과로 연구실의 모든 데스크탑이 쿼드 코어가 되었다. 연구실 최강을 자랑하던 준영선배의 컴퓨터는 어느새 벤치마크에서 그 컴퓨터 세 대와 맞먹게 되었다. 결국 지름 경쟁은 다시 시작되고 말았다.
준영 선배가 다나와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는 역사적인 순간.
그 결과로 오늘 네할렘을 구경했다. (하이퍼 쓰레딩이기는 하지만) 스케쥴러에 CPU 8개가 찍히는 압도적인 장면은 당분간 랩 사람들 이야깃거리가 될 듯.
그 전에 쓰던 컴퓨터를 나에게 파시는 바람에, (연구실에서 제일 후졌던) 내 데스크탑도 바뀌게 되었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내내 PC에 맥오에스 깔기 삽질을 하느라 다 보내고 말았다. 레오파드 네이티브 DVD로 설치하는 법이 있어 시도했는데 엄청나게 복잡했다. 아직 그래픽카드와 사운드 드라이버를 못 잡아서 성공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2001년에 리눅스 사운드 드라이버 이틀동안 수정해서 컴파일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명군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전 네이티브 옥타코어 나오면 바꿀래요." 구경 잘 하고 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