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써지지 않는 블로그를 고쳤다. 개발 중인 소스로 블로그가 돌아가기 때문에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보통 글이 써지지 않을 정도의 버그가 있으면 글을 쓰기 위해서 소스를 금방 고친다. (은진으로부터의 압력도 들어온다) 이번의 경우에는 글이 안 써지는 기간이 길었다. 은진은 은진대로 바쁘고, 스스로도 행위자 기반 모형 과제 관련 일들과 point, line, square 의 개발에 매여서 블로그의 문제를 고칠 겨를이 없었다. 한 달 정도 혼을 빼놓은 일곱번째 태터캠프가 끝나고, 텍스트큐브 1.8의 다섯번째 베타가 공개 되어야 하기에 (글은 써지는 상태에서 공개를 해야 하니) 부랴부랴 문제를 고쳤다.
6월과 7월은 홍수같은 달이었다. 하늘에도 구멍이 뚫려 대중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지만, 할 일도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할 일이 쏟아지다 보면 그 일을 하나씩 끝내는 것에만 온 힘을 다해도 모자라기 때문에 주위를 돌아볼 경황이 사라진다. 일을 하나씩 끝내다 보면 항상 한가지 생각이 그 여유를 비집고 들어온다. 이 일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일을 하며 스스로는 무엇이 되고 있는 것일까. 그 때 그 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그런 종류의 생각이다.
대개 대부분의 일들은 ‘한 발을 내딛는 것’이 참 힘들다. 어제 ‘무한도전’을 보았다. 내년 달력을 찍는 특집이었다. 어떤 달의 촬영 내용에 대한 추첨을 통해 노홍철과 정형돈씨가 수중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을 찍는 임무가 주어졌다. (성적으로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남자와 남자가 키스를 하는 장면을 찍는 것을 달가워 할 리가 없었고, 그들도 그랬다. 촬영이 시작되고, 질색을 하면서도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둘은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라도 키스를 해야 했다. NG가 났고, 힘들게 한 키스 장면을 다시 찍어야 했다. 계속되는 촬영 속에서 둘 사이의 처음의 질색이나 머뭇거림은 사라졌다. 그 전과 후가 사실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발을 딛은 후의 길은 이전의 길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 된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쉽게 한 발을 내딛지 못해서 평생 ‘하고 싶은 일’로만 남는 일들이 있고, 마찬가지 이유로 두고두고 ‘해야 하는 일’로 남는 일들이 있다. 대학을 들어 오며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한 적이 있다. 그 목록 덕분에 많은 일들을 해 보았다. 몇몇 일들은 참 힘든 일들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해 본 후에는 참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일이나, 생활의 일부로 녹아들어 간 일이 있다.
참으로 오랫동안 미루던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하는 일들이다. 발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