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적어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 났을 때 해야 한다!’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써 봅니다.
오늘 써 보려는 글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튠즈를 쓰는 법입니다. 이이튠즈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이팟도 없으면서 윈도우용으로 첫 아이튠즈가 나온 2003년에 ‘궁금해서’ 깔았다가 지금까지 7년째 계속 쓰고 있는 경우입니다. (아이튠즈 싱크를 위해서는 MP3 플레이어가 꼭 아이팟일 필요는 없는데요, 이건 언제 기회가 되면 다른 글로 써 보겠습니다.)
아이튠즈의 장단점중 단점의 대부분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동선이 다르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그 동선에 익숙해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지요. 이 글에서는 아이튠즈를 처음 쓸 때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실 많은 분들을 위해서 몇가지 소제목을 중심으로 아이튠즈를 쓰는 법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1. 아이튠즈한테 다 맡기는 것이 시작입니다. 자동으로 관리하되, 수동처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을 쓰던 분들이 불만이 시작되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음악과 동영상을 수동으로 관리’ 를 선택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그러면 뒤에서 설명하게 될 아이튠즈의 대부분의 장점들을 전혀 쓸 수 없게 됩니다.
음원을 수동으로 관리하던 분들께서 원래 쓰시던 것 처럼 비슷하게 쓰시려면 방법이 있습니다., 동기화 옵션 자체는 자동으로 놓아두시고, ‘새 플레이리스트’ 를 하나 만드세요. 이름은 iPhone등으로 자유롭게 정하면 됩니다. 이제 싱크하고 싶으신 노래등을 검색해서 그 플레이리스트로 끌어다 놓으시면, 플레이리스트가 원하는 노래들로 채워질겁니다.
아이폰을 연결하시고 아이폰 아이콘을 누르면 여러개의 탭이 등장합니다.그 탭들 중 ‘음악’ 탭을 누르시면 ‘음악 동기화’ 와 함께 여러 옵션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 ‘선택한 플레이리스트, 가수, 앨범 및 장르’를 선택하신 후, 왼쪽 아래의 플레이리스트 선택 부분에서 방금 만든 iPhone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세요. 그러면 그 플레이리스트의 노래와 아이폰의 노래가 동기화됩니다.
이제 노래를 지우고 싶으면 아이폰이나 아이팟은 신경쓰지 마시고 아이튠즈에서 iPhone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여 노래를 지우시면 됩니다. 목록에서만 지워지는 것이므로, 원래 노래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아이폰이나 아이팟과 싱크하면 목록에 추가되거나 목록에서 삭제된 노래는 기기에서도 자동으로 반영됩니다. 꼭 폰이나 아이팟을 연결하지 않아도, iPhone 플레이리스트에 생각날 때 추가하거나 지워놓으면 다음 연결때 자동으로 반영되므로 관리가 편해집니다.
2. 플레이리스트를 마음껏 만들어봅시다.
1번에서 설명드린 동기화 옵션에서 싱크할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는 것은 여러개도 가능합니다. 좋아하는 노래들이나 기분에 따른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여러개 만들고, 땡길 때 마다 동기화 옵션에서 선택하면 싱크시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플레이리스트 여러개에 중복으로 들어있는 노래들도 하나만 들어가므로 그런 부분을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밤샘 파트너’ 라거나 ‘운전중 졸음 금지’, ‘이별 노래’, ‘이것은 명반’ 등의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플레이리스트는 폴더를 만들어 모아 놓을 수도 있으므로, 너무 많다 싶으시면 플레이리스트 폴더를 만드셔서 원하는대로 넣으셔서 보관하실 수 있습니다.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아이폰이나 아이팟의 싱크 메뉴에서 선택하고 취소하시면 곡의 내용이 반영됩니다.
아, 플레이리스트를 보실 때도 정리된 화면을 보고 싶으시면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한 후 매뉴에서 ‘보기’ 옵션을 선택하시면 전체 곡을 볼 때 처럼 다양한 보기 옵션을 지정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3.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로 놉시다!
2번까지 익숙해 지셨으면 이제 아이튠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를 다룰 시간이 되셨습니다.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는 조건을 조합해서 해당되는 플레이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고, 노래가 추가되거나 지워지면 실시간으로 리스트 곡을 갱신해주는 기능입니다. 태그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아이튠즈에서 진가를 발휘하지요.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제외한 노래들이 들어간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메뉴에서 ‘새 스마트 플레이리스트’ 만들기를 하신 후, 조건에서 ‘장르가 classical을 포함하지 않음’ 으로 지정하시면 바로 스마트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진 리스트는 보통 플레이리스트처럼 이름과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꾸시면 됩니다.
저는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를 엄청나게 만들어 쓰는데요, 예를 몇가지 들어보면 ‘dirac delta space’ 라는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는 한 번도 듣지 않은 곡들 중 100곡을 무작위로 선별하도록 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물론 들으면 그 곡은 리스트에서 사라지고 다른 곡으로 채워지지요. ‘인연이 될 수 있는 노래’ 는 최근 한 달 동안 새롭게 추가된 곡들 중 아직 듣지 않은 곡들이 든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아이폰에 싱크해 놓기도 한 리스트입니다. ‘여름’ 플레이리스트는 제목에 ‘여름’ 이 들어간 노래들의 목록입니다. 물론 봄, 가을, 겨울도 만들어 놓았죠!
아이튠즈를 오래 쓰신 분들께서는 ‘좋아하는 음악’ 이라는 플레이리스트로 별 네 개 이상으로 표시해 놓은 노래가 든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나, ‘많이 재생한 음악’ 이라는, 재생한 횟수로 1위부터 30위까지의 노래가 든 플레이리스트를 만드시면 노래 편하게 듣고 싶으실 때 고민없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즐기실 수 있으실 거에요.
물론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도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아이폰 싱크 옵션에 지정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플레이리스트의 내용이 변경되면 동기화할 때 마다 양쪽이 모두 반영됩니다. (위의 예를 들면, dirac delta space에 든 곡을 들으면 그 곡은 아이폰의 스마트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사라지고, 나중에 싱크하면 컴퓨터쪽의 스마트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사라집니다.)
4. 만사 귀찮을 땐 지니어스 믹스!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도 귀찮아지면 도달하는 종착역이 지니어스입니다. 지니어스 기능은 사용자들의 음악 패턴과 태그를 기반으로 비슷한 노래들을 묶어 주고 제시해주는 기능입니다. 이 중 지니어스 믹스 기능은 노래를 고르는 것이 귀찮을 때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팝 믹스’ 와 ‘펑크 믹스’를 아이폰에 싱크해서 노래를 라디오처럼 듣고 싶을때 듣습니다.
팟캐스트나 iTunes U, TV쇼 관리하기는 읽는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 놓겠습니다.^^
짧은 글을 마치며
제가 아이팟도 없을 때 부터 아이튠즈를 참 오래 써오다 보니 주위에서 아이튠즈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7년동안 써 오면서 편했던 것 만은 아닙니다. (요새는 컴퓨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예전엔 특히 윈도우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 틀기에는 윈앰프와 비교해서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아이튠즈를 여전히 잘 쓰고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 7년 동안의 청음의 기록이 라이브러리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유지한 라이브러리는 마치 일기처럼 소중한 기록이 됩니다. 언제 어떤 노래들을 새로 들었는지, 어떤 노래들을 즐겨 들었는지, 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의 기록이 7년이라는 시간동안 쌓이면 기상천외한 스마트 플레이리스트들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아이튠즈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단순한 태그 정보 뿐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나의 음악 경험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아이튠즈를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음악을 찾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음악을 찾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게 아이튠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괴상하고 느리기는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권해드리고 싶은 프로그램이라 짤막하게나마 글을 적어 봅니다.
덧) 너무 길어서 스크롤하신 분들 중 ‘아이폰 음악 관리 너무 불편해!’ 하시는 분들께서는 1번만 읽으시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