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갈 예정이었다가 계획을 접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 생각을 해 본 결과 '여유' 가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예외를 몇군데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은 여유를 가지기에 썩 좋은 공간은 아니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기간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덥고, 사바 세계는 더 덥다. 머릿속도 굉장히 더워져서 잠시 열어놓고 식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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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혼란'이 화두가 된 지난 삼 개월 동안 짧지만 꾸준하게 한가지 가능성을 알아 보았다.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면 그 원인은 개성인가, 아니면 주위를 바라보는 태도에 있는 것일까? 후자의 경우라면 삶의 태도를 바꾸었을 때, 예를 들면 더 가볍고, 더 직설적이고 더 직접적으로 주변을 대하는 삶은 어떨까? 알아보기 위해서 그러한 태도로 석 달동안 살아보고 평가해보니 후자의 경우가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는 이유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스스로도 이물감을 느꼈고, 몇몇 사람들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음에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짧아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
성과가 있다면 인스턴트한 생각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빠른 논리 전개를 해 나갈때 가끔 중요한 것들을 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행동을 바꾸어서 그러한 점을 연습할 수 있었다. 더해서 '나와는 좀 다른 인간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Chemistry'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고 하는가? 같은 점들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사람에게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부분도 같이 알게 되었다. :) 더 생각하고, 오래 걸리는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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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정리를 하기 위해서 WoC에서 나누어주었던 '개발자 다이어리' 에 현재 하고 있는 일, 노는 일들을 전부 죽 적어 보았다. (삶은 결국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던가? 광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다이어리에 적힌 developer 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많다. 무엇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로 저녁 한 때를 모두 보냈다.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