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갈수록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아질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생각할 양이 적어 빨리 사고를 진행해 나갈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속도는 점점 더뎌진다. 생각을 하며 고려해야 할 범위가 머릿속에서 다룰 수 있는 한도를 넘게 될 경우, 그 이후의 생각에서 결론을 낸다고 해도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 확신할 수가 없게 된다.
모든 것은 복잡하다. 아무리 요소가 간단하다고 하더라도, 세 개 이상이 모이면 그 이후로는 정화한 미래를 알 수 없게 된다. 더 많은 요소들이 모일 수록 전체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구성 요소의 특성에서 구성 요소간의 연결이 된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재료가 되는 현상보다는 현상들이 어떻게 묶여 나가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얽힌 생각들의 안에서 미아가 된다.
생각의 밀림에서 미아가 될 때 까지 왔으면 '기본적인' 생각은 끝난 것이다. 더이상 헤매는 것은 시간 낭비다. 더이상의 복잡도의 증가로는 노력에 비해서 제대로 된 결과를 내어놓지 못한다. 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털어버린다. 이틀 정도 집중을 놓아버려도 좋다. 어떻게든 생각의 과정을 잊을 수 있을 때가 되면 복잡도의 끝에서 최종적으로 나타난 몇가지 결과만 추려낸다. 그러면 생각은 끝난다.
그리고 계속 해오던 복잡했던 생각에서 추려낸 결과를 늘 하던대로 하나의 구성 요소로 만든다. 머릿 속의 상자 안에 던져 넣는다. 이십여년 가까이 쌓아온 다른 구성 요소들과 함께, 그것들로 다시 새로운 생각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간다. 반복, 반복, 반복.
생각의 끝은 다른 생각의 시작을 낳는다. 변하는 현실은 끊임없이 재가공되어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생각은 계속 끝나고 새로운 생각들을 낳는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것이 조금은 두렵다. 이 순환과정이 자신의 의지와 반하여 느려짐을 뜻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