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콘솔의 역사는 굉장히 흥미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기술 집약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는 특성은 시장의 진입 난이도와 함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분야에 대한 센스를 요구한다. 그 결과는 불안정하고 거대한, 그리고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현재 게임 콘솔 시장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여기서는 '현재'의 시장이 '과거'의 시장에 비하여 특이한 점을 생각해 본다. 게임 콘솔 시장을 세 가지 정도의 기기가 나누어서 지배하고 있는 구도는 과거에도 몇 번 있었기 때문에 특이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흥미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부분이 다음 세대의 게임 콘솔 시장의 불안정성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의 시장은 1강 2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닌텐도의 체감형 게임 콘솔인 Wii가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고,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과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PlayStation 3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예전 세대의 경쟁 구도가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구도였다면, 지금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경쟁은 어느정도 평형에 도달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형 상태는 어떤 면에서는 기형적이다. 2위와 3위 게임 콘솔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은 양쪽 기종으로 모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세가지 특이점의 결과이다.
- XBOX360과 PlayStation 3 의 실질적 성능 차가 크지 않고
- 그러면서 두 기종의 성능은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전 세대에 비하여 굉장히 높은 편이며
- 각각의 시장 크기가 이윤을 창출하기에 충분히 크지 않다.
실질적 성능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두 하드웨어의 성능이 모두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게임 제작사들은 두 시장 모두에의 동시적인 접근을 통해 마지막 조건을 상쇄하려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게임은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지며, 멀티 플랫폼 제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미들웨어 및 가상 환경 위에서 개발된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은 편이라 미들웨어 위에서 게임을 만들어도 실질적인 시각적/청각적 품질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이번 세대보다는 다음 세대의 게임 콘솔 시장을 더 재미있게 만들 것이다. 현재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는 게임 시장의 가장 큰 변화 가능성은 멀티플랫폼에 대한 학습에서 비롯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게임 콘솔 하드웨어 사업은 쉽게 참여하기 힘든 시장이다. 하드웨어의 개발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쉽게 끌어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구도에서는 콘솔 하드웨어 시장에 끼어들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하드웨어 종속성이 줄어들고 이윤이 필요한 시점에, 새로운 게임 콘솔이 어느 정도의 성능과 보급율을 감당할 수 있다면 게임의 확보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쉬워진다.
이제 한가지 궁금한 점. 누가 뛰어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