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roads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5/10/02 16:07 | inureyes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과거의 로그들을 들여다 보면, '왜 저 당시에만 저렇게 기록이 뜸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될 것 같은 시기가 있다. 이번이 그 시기였고, 이제 그 시기가 지나갔다.

랩 선배님의 소개(자세한 것은 알면 다친다 흑)로 참가하게 된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 웹 저널인 crossroads가 어제 창간했다. 그저께 창간 기념식이 있었고 창간 기념 축하행사로 음악회가 있었다. 오픈하고 하루가 지났는데 한 번의 버그리포트가 있었다. 이제야 끝난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데이터베이스만 구현하는' 것으로 일이 시작이 되었는데, 그 다음에는 쿼리루틴 만들기, 웹 페이지 아웃라인 짜기, 웹 페이지 코딩하기로 일이 점점 불어났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결국에는 원고 청탁이나 로고 청탁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인 데이터베이스와 웹 페이지와, PDF 생성루틴까지 몽땅 만들게 되어버렸다.

일은 이번이 가장 많았지만 예전에 참가했던 프로젝트들 보다는 훨씬 유리한 점이 있었다. 웹 저널인데 디자인하고 코딩하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이다 보니 마음대로 온갖 실험을 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에서 허가도 필요 없고 의견 조율도 필요없이, (하핫 가이드라인조차 주지 않았다!) 온갖 기술을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는가. 원래라면 여러명이 해야 할 것을 페인트샵 열어가며, 파이어폭스와 익스플로러와 오페라를 열어가며 혼자 쌩코딩하다 보니 수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내공도는 엄청나게 증가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몇 있었다. 하나는 웹 저널을 만든다면서 웹 코딩이나 데이터베이스 자체에 대해서는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었다. 적어도 데이터베이스 필드에 어떤 값들이 들어가야 되는지 정도는 미리 결정을 할 수 있어야 미리 만들기라도 할 수 있다. 내용이나 컨텐츠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정해져야 할 시점에서 아무런 기준이 없었다. 질문하면 이 분이든 저 분이든 '일단 만들어 주세요' 하신다.(그러니까 뭘?!) 그런 상태에서 코딩부터 시작하려다 보니 얼마나 시간낭비가 되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뭐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태로 범용성을 강조하여 작성하면 훨씬 어렵다. 그리고 막판에는 절대 무리한 요구들. 컴퓨터는 만능이 아니다.

또 다른 하나는 사업 일정표와 실제 일정이 거의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고 수령에 관련된 일정은 한 달 이상 자꾸 늦어지는데 창간일은 바뀌지 않았고, 덕분에 8월 말에 끝냈어야 할 일을 9월 말에 잠을 못 자면서 하게 되었다. 담당하시는 여러 분들이 열의는 넘치시는데,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을 지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인드가 약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협업과정에서는 최종 마감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케쥴 안에서의 각각의 과정이 제 시간에 끝나야 한다.

다행히도 제 날짜에 창간이 되었고, 그 전 열흘동안 6일을 꼴딱 샜기 때문에 어제는 아주 실컷 잠을 잤다. 다른 버그가 없으면 좋으련만.

방문하실 분은 http://crossroads.apc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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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 길 중 왜 물리학과 대학원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가장 큰 답은 당연히 '물리학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 이다. 그렇지만 다른 답으로는 '컴퓨터 공학과에서 모니터보면서 삽질하는 것이 싫어서' 였기도 하다. 분명히 그 교차로에서 이쪽 길을 택했는데도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계속 길어지기만 한다. 통계물리학 분야의 숙명일까 아니면 애초에 컴퓨터가 날 너무 사랑해서일까. 잘 모르겠다.


(아래는 컴퓨터 관련학과나 관심이 있지 않으면 재미 없는 내용.)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니 '한 번 해보자' 싶어서 시작한 것이 CSS만으로 다국어 지원하기. 덕분에 초삽질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국내최초-_- 잘하면 세계최초-_- 일지도 모르겠다.

인쇄부분을 담당하는 css는 따로 만들었는데, css의 media 속성이 익스플로러에서 무시당하는 듯 하다. 그래서 화면에서 바로 프린트하면 영문을 보고 있어도 한글이 나오고, 한글이 나오더라도 오른쪽이 짤린다. 그래서 일단 css는 빼 놓았음. 인쇄를 위해서라면 pdf를 받으면 될테고.

이 '저널'이라는 개념이 물리학에서는 TeX형식의 문서파일과 연결된다. 처음에는 저장 자체를 TeX로 해달라는 주문이었는데, 범용성을 위해 그냥 SQL에 때려넣고 나중에 TeX로 변환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설득하였다. pdf 다운로드는 SQL->TeX->ps->PDF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파일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TeX가 그림에 대한 희한한 현상들을 가지고 있는 점 때문에 창우형이 고생 깨나 하셨음. 여담이지만 TeX 파일을 원한다면 그 저널의 템플릿은 줘야 그 형식에 맞는 TeX를 뽑아 낼 수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결국 그것도 임의로 만들어야 했다.

또한 테이블없이 그림 아래에 설명 붙이는 방법이 없을까 엄청나게 찾아 해멨는데 못 찾았다. 결국 테이블이 자동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그림에 테이블을 사용했기 때문에 속상하고, p 태그 안에 테이블이 들어가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xhtml이 되고 말았다. 다음달 끝나기 전에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마지막으로 알게 된 점은 '웹브라우저는 만능이 아니다.' 아무리 찾아도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던 부분을 모질라의 버그질라에서 찾았을 경우라거나, 리스트 항목을 한 줄로 배열할 때의 IE 트라이던트 엔진의 오버플로우-_- 라거나 하는 부분들은 상상도 못했던 부분들이다.
가장 고생했던 부분이 기타 모든 브라우저 및 파이어폭스 1.5베타에서는 잘 나오는데 파이어폭스 1.0대에서는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부분. 버그질라를 찾아 헤맸다... (실은 지금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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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2 16:07 2005/10/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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