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눈이 감깁니다.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창 밖의 나무를 바라봅니다.
창문을 타고 빗물이 흘러 내립니다. 다같은 빗물인데 빨리 내려오는 애도 있고, 느리게 내려오는 애도 있습니다.
나의 시간. 수많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내일의 계획, 일주일 후의 계획, 내년의 계획, 서른살이 될 때 까지의 계획.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해 갑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들은 좋아 보일 때도 있고, 걱정되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기대하는 모습, 두려워 하는 모습.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언제부터인가 내 손위에 얹혀진 나의 시간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주어졌는지, 백 년이 주어졌는지 알 수 없는 나의 시간. 나는 무한에 가까운 존재가 아닐 뿐 더러, 내일을 보장받는 존재마저도 될 수 없습니다.
혼란스럽지만, 데카르트의 이야기보다 분명한 것은
나의 시간의 속도는 그 누구와도 다르다는 그것이겠죠.
창문으로 비가 들이치려고 합니다. 창문을 닫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 그렇지만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손에 잡고 있는 아주 작게 보이는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