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이야기

빚어내기/소개하기 | 2004/09/11 04:39 | inureyes
세상은 넓다.
비행기를 타고 아무리 가도 아래에 보이는 세상은 끝이 안보이더라.
그렇게 끝이 보이지도 않는 세상속 사람들 중에서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의 반쪽들을 만나 연애를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매일을 보내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실은 그렇게 당연한 일이란 것은 세상에는 없다.

사람들은 서로 사랑할 줄을 몰라서
온갖 곳에서 가르쳐주려고 난리를 부린다.
책을 보면, TV를 틀면, 영화를 보면 셀수도 없는 사람들이
"이것이 사랑이야." 하고 제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그런가보다- 저런 것이 사랑인가보다-' 하고서는
어떤 시절에는 다방에서, 어떤 시절에는 빵집에서
그리고 어떤 시절에는 까페에서 두런두런 자신의 반쪽인지 아닌지 살핀다.

그렇게 사람들은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고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은 현재를 부담스러워 하며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할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그 순환이 무엇을 낳는지는 모르겠다.
시대에 따라 공간은 변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들어진 관계는 만든 만큼이나 쉽게 사라지고
매스컴에서 배운 사랑은 사라지는 배우들마냥 의미없이 스러진다.

그래서 반쪽을 찾는 일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다.
세상말처럼 노력으로 되는 일만도 아니고, 우연으로 되는 일만도 아니다.
애초부터 사랑이란 말은 어떤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표현이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그 내용을 굳혀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있으면 한 가지의 사랑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의 사랑
백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만가지의 사랑이 존재한다.
어떤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그것을 정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바보이거나 드라마 중독자임이 틀림없다.

그것을 모르고 갈수록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 뒤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원인과 결과가 도치되어가는 사랑의 정의가 있다.
갈수록 무게를 잃어가는 세상 위에서의 그 의미는 마치
복사기로 찍어내듯이 만들어지고 물에 녹아들듯이 희미해져 버린다.
마치 진한것 같지만 향기는 없는 인스턴트 커피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그 안에 아직까지도 희석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은 사랑을 찾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된다.
필요가 사랑을 만들지 않고 사랑이 필요를 만든다는 그 간단한 원리가
굳이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한다면 말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짤막머리에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같았던 아이가 내 반쪽이 될 줄은
당시에도, 그 후에도,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시공간 안에서 서로에게서 소중한 그 무언가를 찾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우리는 사랑을 하게 되었으며
연애를 하며 함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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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1 04:39 2004/09/1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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