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Iriver IMP-400
iriver imp-400 사용기

- 시디피의 부재

집에서 편하게 컴포로 cd를 듣던 생활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대학교를 집에서 통학할 수 없는 먼 곳으로 와버리고 말았다. 기숙사에 컴포넌트 놓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냥 컴퓨터 스피커에 돈을 쪼금 쓰고, 컴퓨터로 cd를 듣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기를 2년인데, 2년째 되는 날에 그만 노트북으로 컴퓨터를 바꾸게 되었다. 이동성 좋고, 신경쓸 일 없고 노트북은 좋기는 하다. 그런데 얘의 dvd-rom의 소음은 거의 죽음이었다. 컴퓨터야 시디 집어넣고 책상 앞에 달린 문을 닿으면 딱 끝이지만, 노트북이야 그럴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데스크탑에 붙여 쓰던 스피커에 대하면 월등하게 떨어지는(그렇다고 남들 기준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이 되어보니 얘로는 cd감상은 물건너간 일이 되고 말았다. 한 학기는 잘 지냈지만, 드디어 인내에 한계가 오게 되었다.

- yepp=_= 용량의 한계

그렇다고 아예 음악을 안 듣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mp3파일들은 baby yepp에 넣고 다니며 즐겁게 잘 들었다. 문제는 얘를 mp3p 초창기부터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용량이 32mb라는 것이다. 128kbps encoding file들이 많았을 때는 그냥 적당히 쓸 만 했지만, 320kbps의 파일들이 난무하는 요새 세상에선 yepp은 많아야 네 곡 정도나 옙- 하고 잘 받아먹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대안으로의 mp3cdp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다가 결국 휴대형 mp3cdp의 구입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전에 친구가 사용하던 하빈에서 나오는 exonion을 조금 써 본 일이 있고, 동생이 집에서 역시 mp3cdp를 사용하는 것을 옆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exonion은 내가 본 휴대용 cdp중에서 가장 컸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생이 사용하는 iriver imp-350은 크기가 일반 cdp와 다르지 않은데도 cd와 mp3를 모두 재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iriver사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며 기존 고객에 대한 할인 가격을 적용하여, 동생의 도움을 얻어 imp-400을 176000원에 구입하게 되었다. 라디오 기능이 있다고 하여 라디오를 들을 때 사용하던 panasonic 워크맨은 집에 가져다 놓았다.

- imp-400개요

서론이 길었다. 우선 imp-400 기기의 성능은 예전의 imp-35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전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하여 imp-400에서 추가된 equalizer들도 기존의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스펙에 차이가 있다면 전체적인 출력이 올라갔다는 점과,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기존의 8mb에서 16mb로 두 배로 늘었다는 점이다. 메모리가 두 배로 늘어 나에게는 별 필요도 없는 수많은 언어폰트들을(심지어 그 글자수 많은 중국어를 지원한다. 용량이 남아 돌았나보다.) 집어넣을 수 있다. 지금은 별 필요 없겠지만, 나중에 소프트웨어의 제작에 그만큼 유연성이 생겼다는 말이므로, 앞으로 나올 펌웨어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iriver의 mp3cdp는 decoder의 역할을 내장된 cpu에서 수행한다. 소프트웨어는 안의 플래시메모리에 들어있어서, 부팅도 하고 재생도 한다.(컴퓨터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양한 형식의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외양은
환골탈태의 수준이다.
(c) Iriver.co.kr

기능은 위와 같았고, 외관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줄여 말하면 '환골탈태' 의 수준이다. 일단 두께는 기존의 16mm와 동일하지만, 양 옆이 눈에 띄게 줄었다. 동생의 350모델과 겹쳐보면 오른쪽 윗 부분을 중심으로 심하게는 5mm까지 작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아래에 350을 놓으면 아래의 350이 보이는데, 위에 350을 놓으면아래의 400이 안보인다. 그리고 리모컨 역시 환골탈태를. 솔직히 나는 동생의 mp3cdp에 별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350의 리모컨이 그렇게 기능성 위주인줄 몰랐다.(한마디로 열라 디자인 꽝에 후줄근 그 자체란 말을 미화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400 리모컨은 정말 이제 좀 호주머니에 꽃고 다녀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리모컨의 크기가 작아졌고, 디자인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많이 이뻐졌다. 버튼의 배치가 바뀌었는데, 기존의 레버형 버튼이 하나 줄고 대신 버튼이 늘었다. 본체로 가는 선과 이어폰이 한 쪽으로만 나가게 되어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LCD는 여전히 네 줄이다. 전체적으로 조작은 편하다. 아, senhaiser 이어폰이 번들인 듯 하다. 이어폰 옆에 써있다. 번들인것 보니 번들 뿌리기로 유명하다는 mx300정도 되나보다.

-사용해보니

아... 편했다. mp3cdp라는 것 참 편한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째 제대로 된 음악을 못들어 망가진 나의 막귀에는 거의 복음 수준이었다. 게다가 곡선택목록에 160곡. 감동이었다. 음질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출력이 받쳐주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적당할까? 오디오 스피커에 심심해서 물려봤는데, 고출력에서 음의 망그러짐이 다른 cdplayer보다 적었다.(panasonic cdplayer와 비교했을때.) 게다가 그 LCD는 정말 화끈했다. 칸이 남아돌아서 LCD에 analyzer나 oscilloscope를 표시해주다니. 그리고 mp3에 붙은 tag의 장르에 따라 equalizer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기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기능이었다. equalizer에 따른 음질의 왜곡에 한계를 설정할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게 신경쓴 휴대형 cdp는 얘가 처음이었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서 귀 망치지 않게 첫 곡을 천천히 커지게 하며 재생하는 것도 좋았고. 내장된 FM라디오 기능도 여러가지로 신경을 써서 맘에 들었다. (바로 전에 라디로 듣는데 쓰던 panasonic 워크맨의 라디오 기능은 다 있었다. 메모리 채널수는 딱 두배.)

-그런데 말이지..

다 좋은데, 결정적으로 내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재생시간이었다. cpu가 전기를 먹는 귀신인가보다. 어디 인텔한테 speedstep 기술이라도 배워왔으면 안될까? 하는생각이 들 정도. mp3를 들을 때는 여덟시간. cd를 들으면 cd를 안 멈추고 계속 돌려줘야 하니 네시간-_-; 길거리를 걸으며 흥얼거리다 딱 노래가 끊겼을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동아리 후배의 cdp에는 700mah 껌전지 하나 들어가던데, 얘는 기본으로 1400짜리 껌전지 두개를 항상 씹고 있는데 ㅡㅡ; 뭐 하루에 네시간 듣고 말 사람은 관계없겠지만, 이제부터 귀에 cd를 달고 다닐 나의 입장에서는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mp3만 듣고 다닐 수도 없겠고. 제품엔 외장 배터리팩이 같이 들어있다. 한숨을 푹 쉬며 2000정도 하는 AA형 충전지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배터리팩 귀찮은데)

-그러니까 결론은

휴대형 cdp에 mp3와 wma재생(나중엔 소프트웨어 업글로 ogg까지 해준댄다), 게다가 라디오도 덤으로 나오는, 기능이나 음질이나 여러 면에서 괜찮은 기계. 하지만 거치적거리는 배터리 봉이 싫은 나같은 사람이나, 16mm가 두꺼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권하고 싶지는 않은 녀석이다. (sorell이라는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에서 14mm짜리 mp3cdp를 내놓았댄다. 다음 리뷰가 얘에 관한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구입한 나는 일단 두고 이 녀석을 써 볼 생각이다. 결정적으로 보통 cdp는 안되지만 얘는 cdrw의 멀티세션과 mp3가 가득 든 하드디스크와의 합체를 통해 무한러쉬가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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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6 12:43 2002/10/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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