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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어내기/생각하기 | 2003/05/03 02:46 | inureyes
그저께 꼬부기와 함께 주성치의 '홍콩 마스크' 를 보았다. 중학교 3학년 시절에 연합고사가 끝나고 학교에서 세 번인가 보여줬던 비디오인데, 그 영화를 본 이후에 주성치의 팬이 되었다. 어느새 7년이 흘렀다. 오랜만이라 신나게 웃으면서 즐겁게 보았다.

영화는 주성치가 '칩'을 먹으면서 반전된다. 6천달러짜리 싸구려 인조인간인 주성치가 제어를 위한 '칩' 을 먹는다. 그러자 모방기능이 작동되어 주성치는 (비록 가정 백과사전에 나오는 물건들이기는 하지만) 자유롭게 변할 수 있게 된다. 순식간에 운명에 휘둘리는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된다.

과거 군비 확충에 가장 쉬운 방법은 병력을 확충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동원가능한 병력수가 전황을 결정짓는 시대는 아니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의 군사력은 미사일과 첨단 장비에 의존한 화력이 결정한다. 재래식 화력이 무색해지는 것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삽십년이 된 재래식 미사일에 생각할 수 있는 머리를 달면 그 미사일은 순식간에 첨단 군사력에 편입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예전에 한국 지형에 맞는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보통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의 차이는 궤도수정장치와 컴퓨터밖에 없다. 논의될 당시에는 컴퓨터의 가격이 매우 비싸서, 한국 지형에 맞게 단순화한 대신 가격이 싼 컴퓨터를 달자는 의견을 담은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일본 Sony사의 게임기인 Playstation 2가 처음 발매 되었을 때에는 중동지방으로의 수출이 금지되었었다. Vector를 계산하기 위한 유니트인 Emotion engine이 미사일의 머리로 쓰일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채 5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구닥다리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펜티엄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에, 10년 안에 펜티엄 칩이 천원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던 친구들의 손엔 JAVA를 돌리는 핸드폰이 쥐어져있다. 미사일 머리로 쓰기 위한 칩 정도는 이젠 동네 단위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심지어 진동 칫솔이나 건강 베게 안에도 10년전엔 메인컴퓨터의 두뇌였던 칩 이상이 들어간다.

외모는 변하지 않아도 'chip'이 들어가게 되면 본질이 변한다. 핸드폰을 아무나 들고 다니는 날이 올 줄 짐작하기 힘들었다. 핸드폰이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날이 오는 것도 그랬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날이 올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하는 날이 올 줄은 누가 예측했을까. PDA로 길에서 무선인터넷 하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진 현재의 모습에 대비해서 대학 입학할 때 Playstation 2 수출 금지를 결정하던 것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생각해본다. 아직 군대도 가지 않았고 대학 졸업도 하지 않았는데.

주위의 많은 것들이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모래를 길어 만든 그들의 사고와 내가 얼마나 친해질 수 있을까. 실험하다 남은, 필통 안에 있는 실리콘 칩을 보며 그 안에 든 '정보'가 모든 것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돌아본다. 알수없는 불안함이 그 안에 있다.

극중에서 주성치는 계속 행복했을까? 확실히 2천만달러짜리 인조인간을 6천달러에 칩을 단 인조인간이 이긴 것은 경제적으로는 이익이다. 아마 6천달러짜리 인조인간에 칩을 달아 군대를 만들기도 쉽겠지. 우리가 도달하게 된, 주어진 '정보'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은 축복인지 불행인지.

모래로 만들어진 이 양날검을 손쉽게 잡아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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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3 02:46 2003/05/03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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